전국 1만 2천여명의 교육자들의 함성이 잠실벌을 흔들었다. 이번 교육자 대회는 제31대 한국교총 회장 선출과 병행되었지만, 이군현 현 회장이 단독입후보 한 터라 유력한 대선후보자의 발언과 행동 하나 하나에 온통 관심이 쏠렸다.
이번 대회는 무엇보다 차기 대통령이 진정으로 교육을 살리는 대통령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40만 교육자의 염원이 담겨있었다. 5년 전 이맘때 현 대통령이 당시 야당 후보자격으로 참석해 장미빛 공약을 천명했지만, 돌아온 것은 정년단축 등으로 교원이 개혁의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었다. 최근의 교실붕괴와 교원사기 저하가 결국 대통령의 통치철학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결코 두 번은 속지 않겠다는 것이 교육자의 속마음이었다.
따라서 학교교육 살리기를 염원하는 이번 교육자 대회가 또 한번 헛된 구호로 끝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40만 교육자들은 결코 지연, 학연에 얽매이지 말고 교육을 살릴 수 있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행적을 면밀히 살펴보면 과연 누가 교육대통령이 될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교육자의 단합된 힘을 보여주어 정치권에 경종을 울려주어야 한다.
다음은 차기 대통령은 교육자대회에서 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현 정부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교훈은 교원과 함께 하지 않는 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이 교육자 대회에서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불신의 벽이 형성되면 개혁 실패의 전철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교육자대회에서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야 말로 성공적인 정부의 첫 걸음이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절실하다. 교총은 정년단축 당시 오늘의 초등교사 부족사태를 수차 경고했다. 그러나 전문직 단체의 올바른 주장은 집단 이기주의로 치부되고 말았다. 거기에다 정부는 국민들의 감정적인 여론을 정책합리화에 교묘히 이용했다.
국민들은 합리적인 판단을 위해 교육전문가들의 주장에 귀기울여 한다. 일부 왜곡된 논리에 편향된 학부모의 행동은 교육주체들간의 불신만 조장할 뿐이다. 40만 교육자의 대표가 모인 집회가 단순한 행사로 그칠 것이 아니라 교육개혁의 출발점이자 교원의 위상이 정립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