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인적자원정책위원회의 교육개혁 보고를 바라보면서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자립형 사학, 자율학교, 챠터 스쿨의 도입 등 대부분의 내용이 교육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실행면에서는 매우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우선, 보고 시기가 문제다. 현 정권은 집권초기에 교원정년 단축과 같은 인기영합적인 정책에 치중해 결과적으로 교육을 총체적 위기로 몰아넣었다. 교육위기의 진원지로 비판받고 있는 정부가 그것도 집권말기에 인자위의 보고 내용을 정책에 반영하기란 어렵다.
다음은 정책추진 체제에 대한 문제다. 자립형 사학만 하더라도 정부는 추진의사가 있으나 일부 시·도교육감의 거부로 사실상 좌초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립형 사학의 확대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정책 추진체제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한 것이다. 국가 차원의 정책 결정사항을 시·도교육감의 거부로 좌초된다면 중앙차원 개혁기구의 무용론이 제기되기에 충분한 것이다.
세번째는 교원정책 또한 핵심을 짚지 못하고 있다. 초·중등 교장 공모제는 학교운영위원회와 교장과의 역할과 책임에 관한 문제 등 사전에 정비해야 할 부분이 많은 정책이다. 그만큼 교직사회의 혼란을 초래할 여지가 많고 실행 또한 용이하지도 않다. 차라리 교단교사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수석교사제의 도입이 더욱 시급한 과제이다.
차제에 대통령 자문 역할을 하는 교육개혁 기구는 전면 재 검토 되어야 한다. 문민정부 시절 교육개혁위윈회가 지나치게 상층부 중심의 개혁이라는 비판이 일자. 현 정부는 새교육공동체 위원회를 조직했다. 현장으로부터의 개혁을 표방하였으나 구성인원의 편향성 등으로 교육계의 지지를 받지 못하였다.
이러한 와중에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개편되고, 여기에 맞춰 새교위도 인적자원정책위원회로 개편되었다. 교개위와 새교위의 한계점을 동시에 안고 어정쩡한 성격으로 출범한 새교위는 결국 대통령 임기말에 쫓기듯 교육개혁안을 발표하고야 말았다.
한마디로 이번 인자위의 보고는 대통령 자문기구로서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따라서 정권의 향배에 관계없이 안정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국가교육위원회와 같은 독립된 기구가 필요하다. 이것이야 말로 인자위의 개혁안이 차기 정부로 이어져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