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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두 기녀의 전설이 서린 ‘이기대’

-천혜의 자연해상 공원에서 광안대교를 쳐다보며

부산사람들에게 '용호동'이라는 지명은 오랜 세월동안 뭔가 스산하면서도 선뜻 가기 힘든 곳, 시내 중심가에서 너무 외진 곳이라는 인상을 준 곳이다. 용호동이 이런 이미지를 가진 이유는 용호동 해안가에 위치한 한센병 환자들의 집단 거주지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대규모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민간인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것에서도 기인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곳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군부대와 한센병 환자촌이 철수한 상태여서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부산에서 제법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대'라는 말이 붙어 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곳이 이른바 5대로 불리는 해운대, 태종대, 몰운대, 신선대, 오륜대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 5대에 하나를 더 붙여 6대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화되었는데, 그 하나가 바로 '이기대'라는 자연해상 공원이다.




이기대는 용호 3동에 속해 있으며 남부운전면허 시험장을 거쳐 용호동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해안가다. 입구에서 차를 주차시키고 약 15분 정도 걸어가면 장산봉(225m)과 탁 트인 전망을 가진 넓은 해안가를 만나게 된다. 이기대는 이 장산봉에서 뻗어 나온 기기묘묘한 바위가 바다를 따라 약 2km정도 펼쳐진 넓은 암반지대를 말한다.

이곳도 지난 1992년까지 군 작전지역으로 묶여 있다가 1993년에 와서야 비로소 개방됐는데,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되다 보니 희귀한 식물이 잘 보존되어 있다. 특히 이질풀, 도깨비고비, 밀사초, 갯기름나물, 땅채송화 등 염분에 강한 초본류가 많이 발견되었으며 무엇보다도 대규모의 반딧불이 서식처가 발견되어 많은 화제를 낳기도 했다.




반딧불이는 농촌에서조차 농약 과다살포 등으로 사라져 가는 추세이다. 그런데 이기대에서 자연 상태 그대로의 반딧불이가 대규모로 발견되자, 환경관련단체와 지방자치단체 및 학계에서 커다란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이기대는 그 지명을 놓고 아직도 많은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특이한 곳이기도 하다. 두 명의 기녀라는 뜻을 가진 '이기'를 놓고 현재까지 세 가지 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두 기녀의 무덤이 근처에 있었다는 설, 경상좌수가 두 기생을 데리고 놀았다는 설, 그리고 임진왜란 때 논개처럼 어느 기생이 적장을 안고 바다로 뛰어 들었으며 그래서 '의기대(義妓臺)'라고 불려야 한다는 설 등이 있다. 어쨌든 아직까지도 그 정확한 유래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기대에는 특이한 볼거리 두 개가 있다. 그 하나는 바로 광안대로의 뒷모습이며, 또 하나는 9천만 년 전(중생대 전기 백악기)에 살았다는 대형초식 공룡인 울트라사우르스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이다.

뜨거운 태양이 한층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이 되면, 낮의 광안리 해수욕장은 수많은 여인들의 화려한 비키니 수영복으로 물들게 되고, 밤이 되면 늘씬한 제 허리를 자랑하지 못해 안달 난 광안대교의 눈부신 앞모습으로 황홀하다. 그런데 이기대를 가게 되면 광안대교의 눈부신 뒷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모래사장에서 바라보는 광안대교의 야경도 운치가 있지만 이기대 해안가에서 바라보는 광안대교의 야경은 바위와 어우러져서 더 깊은 운치를 안겨준다. 그건 은밀한 즐거움이다.

또한 이기대에는 부산에서 유일하게 공룡 발자국으로 추정되는 것이 발견되기도 했는데, 현재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기대는 해안의 분위기가 경남 고성의 상족암과 비슷한데 상족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룡 발자국이 남아 있는 곳이다. 아마 상족암에서 살던 공룡 중 한 마리가 이기대로 잠시 놀러온 게 아니었을까?




이기대에서는 오륙도로 가는 길이 있는데, 약 1시간 정도 걸으면 용호농장에 도착하게 되고 이 용호농장의 끝에 오륙도가 위치하고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천천히 걸어갈 만하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이기대는 그 명칭의 유래가 어떠하든지 간에 부산에서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는 몇 안 되는 곳이자 서민들의 소중한 놀이공간이기도 하다. 주변에 들어선 아파트와 산재한 매립지 때문에 ‘신선대’가 절경으로서의 기능을 잃어가는 추세라면, 이기대는 사람들이 별로 찾아오지 않아 한적하면서도 조용한 풍광을 자랑한다.

멀리 휴가 갈 것도 없다. 이기대에서 참고동과 물고기를 잡으면서 한적한 휴가를 즐겨보라. 가족들의 손을 잡고 천천히 해안가를 따라 걸으면 광안대로와 드넓은 바다를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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