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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700년 간의 통신 수단, 간비오산 봉수대

해운대의 주산이라고 하면 좌동, 기장, 반여동, 반송에 걸쳐있는 장산을 말한다. 장산은 그 높이도 부산에서 두 번째 인데다가, 산 정상에 서면 금정산과 기장 앞바다, 또 울산 일부 바다까지 볼 수 있어 장쾌한 풍광이 일품인 곳이다. 이 장산의 줄기 가운데 하나가 해운대 동백섬 방향으로 가다가 중간에 작은 봉우리 하나를 만들었으니, 그게 바로 바로 간비오산이다.

이 간비오산의 정상에 올라가면 해운대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것이 관측소로써의 역할을 하기에는 아주 그만이다. 옛 선조들이 이렇게 훌륭한 관측소를 그냥 둘리 없었다. 당연히 간비오산에는 관측소와 군사적 역할을 한 시설물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해운대 유일의 봉수대인 ‘간비오산 봉수대’이다.




간비오산에 있는 봉수대는 봉화대라고도 했는데, 고려 말부터 조선 고종 31년 까지 700년간 해운포 일대에 침입한 왜적을 감시하던 곳이었다. 이 간비오산의 서쪽에 황령산 봉수대와 기장 남산 봉수대가 있으며, 왜적이 출현하면 봉화를 피워 올려 다른 봉수대에 연락을 했던 것이다.

봉수대는 우리 조상들이 오랜 시절부터 중요하게 이용하던 통신수단이었다. 삼국유사를 보면 가락국(駕洛國)의 시조 김수로왕의 치세 중에 이미 봉화를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나온다. 또한 삼국사기에도 봉화나 봉산성 등의 기록이 전해져 오는데, 이 봉화가 군사적 통신수단으로써 확립된 것은 세종대왕 때였다. 기록에 의하면 1422년(세종4년)에 각 도의 봉수대 시설을 정비하여 1438년(세종20년)에 완비하였다고 전해진다.

봉수대의 기능은 봉화를 피워 올려 변경의 정세를 중앙에 급히 전달하는 것이었다. 당시로선 최첨단이자 최선의 네트워크였던 셈이다. 이 봉화는 늦어도 12시간 안에 서울에 도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고 하는데, 낮에는 연기를 피우고 밤에는 횃불을 피워 적의 출현을 신속하게 알렸던 것이다.




봉수대의 신호전달체계는 간명하면서도 과학적이었다. 평화로운 시기에는 1거(횃불 거) 혹은 1연(연기 연)이었고, 적이 나타나면 2거, 적이 접근하면 3거, 적과 접전하면 4거, 마침내 적이 상륙하면 5거를 피웠다고 한다. 적의 움직임에 따라 미리 정해놓은 신호를 차질 없이 전달하여 중앙의 지도부가 신속히 판단하게 한 것은 상당히 합리적인 체계였다. 만일 한반도 상공에서 봉화가 차례차례로 피어올라 서울까지 가는 장면을 본다면 그 얼마나 장관이겠는가.

간비오산 정상에 올라가는 코스는 여러 가지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빠른 길은 해운대 여고에서 올라가는 등산로이다. 또한 해운대역에서 버스로 한 정거장 거리인 운촌 버스 정류소에서 가는 길도 있다. 이 버스 정류소 뒤쪽으로 보면 동해남부선 철길이 있는데, 이 철길을 건너면 간비오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다. 이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약 20분 정도 올라가면 간비오산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산으로 올라가면서 약간 놀란 것은, 해운대라는 관광지 옆에 이렇게 고적한 산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산을 타고 오르다 보면 제법 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희한한 것은 인기척에 놀란 고라니가 후다닥 달아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50m도 채 되지 않는 곳에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는데, 고라니들이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다니 신기할 수밖에.

약간의 땀을 훔치며 정상에 오르면 지름 11m, 높이 1.2m의 화강석 봉수대를 만나게 된다. 간비오산 봉수대는 기록에 의하면 세종 7년(1461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해운대구 우1동에 속하며 황령산 봉수대와 더불어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봉수대이다. 현재 설치된 봉수대는 1976년 10월1일에 새로 축조된 것으로써 원형의 화강석 축대로 이루어져 있다. 축대 중간에는 계단이 있고 계단을 통해 상단에 올라가면, 높이 20cm, 지름 60cm의 연조 1구가 중앙에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간비오산 봉수대의 매력은 해운대 일대를 훤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멀리 광안리와 광안대교가 한 눈에 들어오고, 해운대 바다며 좌동 신시가지, 그리고 장산과 황령산의 위용이 눈앞에 잡힐 듯 선명하게 보인다.

이 간비오산 봉수대의 최대 풍광은 역시 보름달이 뜰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달이 저 미포 자락에서 두둥실 떠올라 간비오산 근처로 오면, 달빛아래 산 그림자는일순 묵화(墨畵)로 변모하게 된다. 그때 해운대 앞 바다는 온통 달빛 어린 은색의 물결로 출렁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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