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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우리가 아는 상식은 얼마나 올바를까?

- 서평 <상식의 오류사전>을 읽고

헤롯왕을 유혹하여 세례 요한을 죽게 한 살로메는 성경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는다고? 이게 사실일까? 사실이다. 이 말이 의심스러운 사람은 지금 당장 신약성서의 마가복음편을 자세히 읽어보라. 익히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 중의 하나는 살로메라는 팜프파탈이 유대 왕 헤롯 앞에서 밸리 댄스를 추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댄스에 넘어간 헤롯왕이 살로메에게 소원을 말하라고 하자 그녀가 요한의 머리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상식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성경에서 요한의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는 마가복음과 마태복음에 나오는데, 이 두 곳에서 살로메라는 이름은 결코 나오지 않는다. 단지 헤롯의 아내인 ‘헤로디아의 딸’이 왕과 관리들 앞에서 춤을 추었다고만 나올 뿐이다. 결국 살로메라는 이름은 후대의 예술가들에 의해 창조된 것에 불과한 것이다.

<상식의 오류>에는 이처럼 익히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들이 실상은 오류와 착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독일의 두 지성인인 괴츠 트랭클러와 발터 크래머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상식들의 오류를 다양한 자료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상식들은 서양, 그중에서도 유럽 사회에 널리 퍼진 상식들이다.

유럽의 장례풍습 중 하나는 장례식에 참석할 때 검은 상복을 입는 다는 것이다. 이 검은 상복은 흔히 죽은 자에 대한 존중의 예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잘못된 상식이다. 실상은 죽은 자를 멀리 하기 위해 검은 옷을 입었다고 한다. 즉, 사람들이 검은 옷으로 위장을 하면 죽은 사람의 영혼이 그들을 알아보지 못해 쫓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참 어이없으면서도 황당한 사실이다. 만일 원래 의도가 그랬다면 현재 서양의 풍습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장례식장에 검은 양복을 입고 가는 우리의 현재 모습이 한 없이 우습게 된다. 하긴 원래 우리 한민족은 장례식 날 흰 옷을 입었지 검은 옷을 입지 않았다. 왜 그렇게 무비판적으로 서양의 풍습을 따라하는 건지 그저 씁쓸할 뿐이다.




이 책의 저자들이 책을 쓰게 된 동기도 재미있다. 발터 크래머는 어떤 사실들에 대해 일반인들이 크게 오해하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가령 흡연과 흡연자는 보건복지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소시킨다는 사실이었다. 이 말은 흡연과 흡연자들이 일찍 사망하기 때문에 정부가 지출해야 할 사회복지비용이 덜 든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즉, 비흡연자는 흡연자보다 오래 살기 때문에 정부가 그들에 대해 건강진단비용이나 의료비용을 많이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토록 분명한 오해가 계속되었다면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다른 것들도 또 있지 않을까’라고 사고를 발전시키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사고의 결과물로써 이 책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책에는 총 286가지의 잘못된 상식이 수록되어 있다. 그 종류도 대단히 광범위하여 정치와 경제, 사회는 물론이고 기술, 경제, 통속적인 신화 그리고 언론에 의해 잘못 퍼트려진 상식들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일견 발터와 괴츠의 주장은 기존의 윤리와 도덕적 성과를 한꺼번에 뒤집는 것일 수도 있다. 만일 적포도주가 마리화나나 하시시처럼 가벼운 마약보다 더 위험하다면 어쩔 것인가. 적포도주는 우리가 언제든지 구입해서 먹을 수 있는 음료인데, 이 적포도주가 마리화나보다 더 위험하다면 역으로 마리화나를 적포도주처럼 먹어도 괜찮다는 이야기가 성립된다. 참으로 위험한 주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벌써 오래 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한다.

사실, 흔히 알고 있는 객관적 진리를 뒤집는 발언을 한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와 인내를 필요로 한다. 갈릴레오가 천동설이 상식이던 시절에 지동설을 주장하다가 결국엔 천동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목숨이 달린 일이었기 때문이다.(재미있게도 이 책의 첫 페이지에서는 갈릴레오가 교회로부터 탄압을 받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의 서문 말미에는 ‘진실의 횃불을 들고 군중 사이를 헤쳐 나가는 일은 누군가의 수염을 태우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라는 말이 적혀 있다. 분명 책의 두 저자는 좌파와 우파 양진영으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을 것이다. 그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단지 그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오류인지를 밝히려고 했을 뿐이다. 참 유익하면서도 재미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위와 왜곡이 판치는 세상, 거짓과 부인으로 일관하는 세태를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 바로 <상식의 오류 사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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