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볼모지, 부산 유일의 미술관
참 슬프게도 부산은 문화의 볼모지란 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부산에는 변변한 문화시설이 별로 없다. 상설 문화예술시설은 서울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하고, 각종 전시시설이나 미술관의 숫자도 보잘것없다. 인구 400만의 대도시라는 위상과는 걸맞지 않게 문화 예술과 관련된 시설은 없어도 너무 없다. 그저 화가 난다. 수도권 집중화의 한 슬픈 단면이라고 볼 수밖에.......
부산의 문화시설은 지난 1990년대 들어 각 지역별로 조금씩 만들어 지기 시작했을 뿐, 그전에는 동구 범일동에 있는 ‘부산시민회관’이 거의 유일했다. 당시 이 회관이 만들어졌을 때 그래도 순진한 부산사람들은 그게 어디냐며 감지덕지했다. 이 회관이 세워진지가 30년도 더 넘었으니, 각 지역구의 문화회관과 박물관, 시립미술관이 등장할 때까지 수 십 년 간 부산사람들은 기본적인 문화적 혜택을 거의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국제적인 공연단이나 미술품 전시회도 서울에서만 잠시 하고 갈 뿐, 제2의 도시라는 부산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러니 부산의 문화 예술인들은 그저 서울로 서울로 갈 수 밖에.

그나마 90년도에 대연동의 부산문화회관이, 98년도에 부산시립미술관이 문을 열어서 조금씩 형편이 나아지긴 했다. 또한 복천박물관과 동래구, 금정구의 문화회관이 각각 개관해서 지금은 부산에도 기본적인 전시 시설이 생긴 셈이다. 그리고 10년의 경험을 자랑하는 부산국제영화제에 힘입어 영화기반 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대규모 전시 공간인 벡스코의 개관으로 거대 공연이나 전시가 가능해져 예전보다는 훨씬 좋아지게 되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부산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이자 상설 미술전시관으로써, 지난 1994년 12월에 착공하여 1998년 3월에 개관하였다. 미술관 건물은 지하 2층에 지상 3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연면적은 약 6천 평이다. 건물 안에는 전시실과 수장고, 교육연구실, 사무 공간 등이 있으며, 미술관 앞의 잔디밭에는 야외조각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미술관은 각 장르별 미술작품과 국제교류를 통한 예술작품 및 활동으로 폭넓은 미술문화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해양수도에 걸맞는 특색 있는 문화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것을 운영목표로 두고 있다.
시립미술관의 복도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문화 공연이 수시로 열리기도 하며 기획전시도 자주 개최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예술인의 활동을 후원하여 그들이 일반대중과 예술적 만남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시립미술관 주변에 가면 복합적인 문화상품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술관 정문 맞은편에는 국제적 규모의 전시시설인 벡스코가 있으며, 바로 옆에는 부산 유일의 자동차 야외극장이 있다. 그리고 이 미술관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는 부산 인디 영화의 산실 ‘시네마테크’가 자리 잡고 있다. 시네마테크에서는 주로 예술영화를 상영하고 있어, 영화를 예술의 한 장르로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나름대로 제공하고 있다.
한마디로 시립미술관 주변에 오면 일정한 문화적 욕구가 해소되는 장점이 있다. 또 해운대 해수욕장이 지척에 있으니 휴양과 문화가 20분 거리 내에 모두 해결되는 셈이다. 어찌 보면 천혜의 입지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와 레저를 동시에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한 가지 참고할 사항은 시립미술관 내에 있는 도서관에 가면 미술관계 도서를 맘껏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영화관계도서와 부산국제영화제 관련 도서와 비디오를 취향대로 보려면 ‘시네마 테크’ 도서관에 가면 된다.
혹시 이 책을 보고 있는 당신이 일을 핑계로 매일 늦게 들어오는 아빠라면, 다가오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미술관에 한 번 다녀오시길. 미술품이 지겹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대 두뇌의 농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가슴으로, 마음으로 느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