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미래를 내다보려면 그 나라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라는 말이 있듯이, 어린이들의 내일을 책임지고 있는 초등교육은 한 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고 그 책임 또한 막중하다. 초등교육에 젊음과 열정을 다바쳐 묵묵히 어린이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계시는 많은 선생님들을 대신하여 다음의 몇 가지 문제점이 개선되고 보다 나은 방향의 정책으로 거듭나길, 부푼 희망과 꿈을 안고 출범하게 될 새 정부에 간곡히 바란다.
첫째, 근시안적이고 인기에 영합하는 듯한 단편적 교육정책으로 교단과 선생님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지 말기를 바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교장 공모제이다. 교장 공모제의 처음 도입 취지는 교육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것 같아 보였고, 또 그런 의도로 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도입 1년이 지난 현재, 신선한 일선 학교에 정치적 권모술수가 난무하며 많은 문제점과 병폐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점이 처음부터 예상되었기에 다수의 교원들이 반대하였으나 참여정부는 형식적으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뒤, 곧바로 밀어붙이듯 1차에 이어 2차 교장 공모제를 확대 실시하고 있다.
교육에는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을 백년지대계라 하여 작은 정책 하나라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서서히 도입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다시 정책을 수정.보완하여 실시하여야 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일 것이다. 그런데도 문제점을 많이 내포한 근시안적인 정책을 그대로 밀어붙인다면 우리 교육은 물론, 교육 현장에서 온갖 역경을 감내하며 묵묵히 교단을 지키고 있는 수많은 교육자들의 사기는 더욱 땅에 떨어지고, 신선한 우리 교육계에도 정치 바람이 몰아치며 멍들어 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둘째, 일선 학교의 부장선생님들을 비롯한 많은 선생님들이 쏟아지는 공문 때문에 교사 본연의 책무인 학생교육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불필요한 공문을 없애고 공문을 대폭 줄이겠다고 수년 전부터 말해왔지만 오히려 해가 갈수록 공문의 양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몇 개월 전에 본인은 캐나다와 미국의 초.중등학교 교육 현장을 둘러볼 수 있는 연수 기회가 있어서 다녀오게 되었다. 그곳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왔지만 가장 내 기억에 남는 그곳 선생님의 말 한마디는 " 교사는 학생들 때문에 존재한다. 나는 내가 맡은 학생들을 최선을 다해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다음 시간을 준비하며 수업자료를 수집하거나 만들며 교재연구에 힘을 쏟는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교사는 공문 등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라는 말이다. 우리도 하루 빨리 선생님들이 학생들 곁에서 오직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그 외 공문 등의 잡무는 인원을 보강하여 행정실에서 맡는다거나 별도의 취급부서를 두는 방안 등이 강구되길 바란다.
셋째, 교육시설 및 환경의 개선에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드리고 싶다. 교육재정을 GDP 6% 이상 확실하게 지원하여 아직도 여러 면에서 열악한 교육시설 및 환경을 꾸준히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며, 학급 당 학생수도 해마다 더 많이 줄여나가 새 정부 임기 5년 안에 도시지역의 초등학교에서도 30명 내외의 학생들이 선생님의 공평한 사랑과 자상한 가르침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교육재정을 GDP 몇% 이상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큰 소리쳤지만 제대로 실천한 정부는 하나도 없었다. 물론 대통령께서 교육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는 정책을 추진하려 해도 수많은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는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최고 정책 결정권자인 대통령께서 우리 교육에 확고한 신념과 철학을 갖고 변함없는 애정과 관심을 쏟아주신다면, 우리나라 공교육은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고 학생들은 좋은 환경과 훌륭한 교육시설 아래서 신나게 공부하며 자신의 꿈을 마음껏 키워 갈 것이다. 이번에 들어서는 새 정부에서는 GDP 6% 이상의 교육재정이 확실하게 지원될 수 있기를 어려운 여건과 박봉에서도 꿋꿋하게 우리나라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전국의 교육자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넷째, 지역 교육청별로 대치교사(?)나 강사를 지역내 학교 교사수의 2~3% 정도 따로 관리하며, 각급 학교에서 예상하지 못한 사고나 결혼 등의 특휴로 발생하는 교사의 공백을 최소 6일 이상에 한해 대치교사를 지원해 주는 방안을 마련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본인 역시 일선 초등학교의 교감으로서 매일 처리해야 할 공문과 각종 업무에 짓눌려 힘들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 안타깝고 힘든 것은 선생님의 갑작스런 교통사고나 질병 또는 결혼 등의 특휴로 인해 최소 1주일 이상 1~2개월 정도 교사가 근무하지 못할 경우에 시간제강사 또는 기간제교사를 쉽게 구하지 못할 경우가 많다. 백방으로 알아보아 다행히 적당한 교사가 있어도 짧은 기간일 경우에는 쉽게 학교에 나오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아픈 몸으로 또는 목발을 짚고서 선생님께서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 슬픈 현실을 지켜봐야 할 때가 있다. 각 지역 교육청에 일정한 인원의 대치교사를 두어 관리하며 필요시 각급 학교에 교사를 지원해 줄 수 있다면, 학생들의 소중한 수업의 결손도 없앨 수 있으며 선생님들도 더욱 젊음과 열정을 다 바쳐 교육에 헌신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