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공제회 이사장 인사를 놓고 일선교육계가 자못 시끄럽다. 문제의 핵심은 대선 정국의 회오리 속에서 교육부가 편법적으로 이사장 인사를 추진하는 무리수를 둔데 따른 것이다. 내년초 임기가 끝나는 조선재 이사장을 이 달 중순경 조기 퇴진시키고 교육부 고재방 차관보를 이 자리에 임명하고자 하는 계획이었다.
즉 인사적체의 숨통을 공제회 이사장 인사를 통해 풀고자 하는 것이 교육부의 복안이었다. 공제회는 이를위해 13일 운영위원회 일정까지 잡았었다. 그러나 이 사실이 본지 보도를 통해 일선 교육계에 알려지면서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경륜과 식견이 짧은 청와대 비서 출신의 차관보에게 60만 교원들이 주인인 공제기관을 맡길 수 없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교육부는 이를 철회하기에 이른 것이다.
문제는 공제회 이사장 임기가 공교롭게도 대선 정국과 맞물렸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대선 전후에는 중앙부서의 고위직 공무원 인사나 정부 출연기관, 산하 단체의 임원급 인사는 실시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새 정부의 인사 재량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최근 몇 년 사이 고위직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차관만 연이어 두 번씩 외부 교수가 임명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실·국장 고위직 인사가 심각한 정체현상을 보여 왔다. 그렇지만 이번처럼 이사장을 대선 직전에 조기 퇴진시키고 퇴직관료를 이 자리로 '방출'해 인사 숨통을 틔우겠다는 발상은 구태의연한 편법에 다름 아니다. 후보자로 거명되었던인사는 잘 알려진 것처럼 청와대 비서 출신의 정치적 성향이 강한 인사다. 교육부에 와서도 인적자원 업무만 담당해왔다.
말하자면 교원업무 전반에 대한 경륜도 일천할 뿐만 아니라 교원공제회 업무와는 일면식도 없다. 단지 교육부 고위직을 조금 겪었다 해서 자산규모 9조원대의 거대 금융기관인 공제회 이사장을 맡긴다는 것은 상식 이하의 발상이고 공제회 회원들의 자존심을 손상시키는 처사에 다름 아니다. 이 같은 편법적 방법으로 적격하지 않은 인사를 '낙하산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가뜩이나 비등하고 있는 '교육부 폐지론'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것이다.
교원공제회는 교원들의 자산증식이나 상호 공제를 위해 설립된 특수 금융기관이다. 한국교총에 의해 설립된 후 부침을 거듭한 끝에 현재는 자산규모 9조원대, 가입회원 60만명 대의 거대 규모로 성장했다. 이 자산규모는 전액 회원들의 적립금이나 기탁금으로 운영되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전무한 교원 금융단체다.
설립된 후 지금까지 공제회 이사장과 이사·감사 등 주요 임원자리에는 교육부 퇴직관료가 '낙하산식'으로 임명하는 것을 당연시해왔다. 그러다 보니 이번 같은 상식 이하의 편법적 인사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차제에 공제회 이사장-임원 인사가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나 교육부 퇴직관료의 노후 보장자리가 되어야 하는가. 교원들이 주인인 공제회라면 당연히 주인인 교원의 대표가 임원직을 맡거나, 아니면 거대 규모의 자산을 합리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을 합당한 절차를 거쳐 인선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