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울산에는 목련꽃이 한창이다. 목련꽃뿐만 아니라 개나리꽃도 그렇고 벚꽃도 그렇다. 앉아 있는 사무실에서 보이는 것은 온통 만개한 벚꽃이다. 간혹 찾아오는 한기 속에 몸을 움츠리는 나에게 하얀 웃음을 짓는다. 출근을 하면서 바라다 볼 수 있는 것은 노란색으로 물들인 개나리꽃이다.
이렇게 봄을 대표하리만치 주변에는 목련꽃, 벚꽃, 개나리꽃이 얼었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려고 애를 많이 쓰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래도 눈길을 주지 못하는 나 자신이 밉게만 느껴진다. 아무 죄 없는 꽃마저 무시하는 나 자신이 오히려 더욱 야속해 보인다.
왜 올봄에는 마음에 여유가 없을까? 왜 올봄에는 꽃을 사랑하지 못할까? 왜 올봄에는 꽃에 대한 관심이 없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마음을 잃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젖게 된다. 자신의 마음이 욕심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곁들어 하게 된다. 온갖 더러운 욕심, 욕망이 나의 마음을 빼앗아 갔는데 다시 나의 마음을 찾기 위해서는 욕심도 욕망도 다 버려야 할 것 같다.
그래야만 잃었던 마음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서늘해진 마음을 다시 되찾고 어두운 마음을 다시 되찾고 잃어버린 마음을 다시 되찾아 꽃을 사랑할 것 같다. 꽃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꽃에 대한 아름다움을 노래할 것 같다.
나뿐만이 아니라 현직에 계시는 여러 선생님들 중에도 나와 같이 마음을 잃고 힘들어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실 것으로 생각된다. 이동한 다른 학교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이 힘든 선생님도 계실 것이고 새로 만나는 교장, 교감선생님이나 선생님들로 인해 부담스러워 하는 선생님도 계실 것이고 교장, 교감선생님께서 새로 부임해 오셔서 안정되게 잘 근무하고 있는데 마음을 흔들고 마음을 잃게 되는 선생님도 계실 것이다. 여러 가지 가중한 업무로 인해 정신없이 마음을 빼앗긴 선생님도 계실 것이다.
그러니 마음이 흔들려 온갖 불평이 늘게 되고 푸념을 자주 하게 되고 심지어는 퇴직금도 적어진다고 하는데 차라리 명퇴라도 해 버릴까 하는 생각에 젖어들기도 하고 교직에서의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자꾸만 마음을 흔들어 놓아 하루하루 마음고생을 해가며 힘들게 학교생활을 하며 집에 있으나 학교에 오나 마음이 안정이 되지 않아 개운찮은 생각과 느낌 속에 찜찜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4월도 그야말로 잔인한 달이 되고 말 것 아니겠는가?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 읽는 그런 여유는 온데간데없이 마음을 평상심으로 되돌려 놓지 못해 아름다운 꽃들로 인해 가장 평화롭고 행복해 해야 할 4월이 잔인하고 야속한 달이 되고 만다면 얼마나 서글퍼지겠는가?
4월은 잔인한 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4월은 평화롭고 행복한 달이 되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4월은 마음 다스림의 달이 되면 좋을 것 같다. 자신의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겠다는 각오로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자신의 마음을 앗아간 주범이 무엇인지 찾아야 할 것 같다. 그것을 남에게서 찾기보단 나에게서 찾아야 할 것 같다. 나에게 주어진 환경이나 여건에서 찾으려고 하기보단 자신의 마음가짐과 행동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남을 탓하기보다 자신을 탓해야 하겠다. 남의 마음을 훔쳐보려고 하기보다 자기의 마음을 꿰뚫어봐야겠다. 남의 흠을 보려고 하기보다 나의 흠을 찾아야겠다. 우선 나의 고집, 아집, 편견, 교만, 잘남, 거만을 꺾는다면 마음 다스림이 반 이상 이루어진 것 아닐까?
4월이 다 가기 전 자기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려 나가는 지혜를 보태고, 자기 자신을 잘 조절하는 능력을 보태면 서늘한 마음에 봄을 불러올 것이고 잃었던 마음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지천에 널려 있는 각종 봄꽃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