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의 모대학교에서 공교육 지킴이를 자처하는 현직 교사들의 모임이 있었다. 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주최로 전국 15개 시도교육청을 대표하는 진학담당교사들이 모여 대입상담교사단을 구성하고 출범식을 하는 자리였다. 매년 이맘 때 쯤이면 치르는 행사지만 예년과 달리 주최측인 대교협이나 참석 교사들의 각오는 비장감마저 느낄 수 있었다.
올해부터 대학입시 업무가 정부에서 대교협으로 이관됨에 따라 대학은 입시에 관한 자율권을 갖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각 대학의 의견을 수렴하여 입시 업무에 반영할 대교협은 2003년부터 사교육에 의한 폐해(대입정보 왜곡, 사교육비 지출 증대 등)를 바로잡고 바람직한 대학입시문화 정착(정확한 진학진로 상담 서비스 제공, 사교육비 경감 등)을 위하여 현직 교사로 구성된 대입상담교사단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최근들어 대학입시가 더욱 다양한 전형으로 세분화됨에 따라 진학 담당 교사들조차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진로지도에 어려움을 느낄 만큼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그러니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학부모들은 자녀의 진로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해마다 입시철만 되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많은 비용을 들여 사교육 업체의 정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대입정보의 부재로 인하여 소요되는 사교육비도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폐해를 극복하고 신속․정확한 대입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전국 400여 협력학교(전년도 입시 결과를 제출하여 정보를 공유하는 학교)에서 선발된 베테랑 진학 담당 교사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이들은 상담자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식 진로지도를 위해 직접 진학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서열화된 사교육 기관의 배치표와는 달리 협력학교에서 제출한 전년도 대입 결과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신뢰성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진학 가능성 프로그램’에 상담자의 내신 성적이나 수능 성적을 입력하면 합격 가능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다.
대입상담교사단은 진학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을 위해 진학정보센터(
http://univ.kcue.or.kr)도 운영하고 있다. 대입정보뿐만 아니라 진로와 관련된 고민을 게시판에 올리면 교사들이 무료로 상담에 응한다. 상담교사단은 정확하고 심층적인 상담을 위해 매년 하계방학을 이용해 합숙을 하면서 전문적인 상담 기법을 배우고 진로지도와 관련된 자료를 개발하여 공유한다. 특히 매년 수능이 끝난 후에는 대입정보박람회를 개최하여 입시 정보에 목마른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단비같은 정보를 제공한다.
‘진학 가능성 프로그램’을 활용한 대입상담교사단의 활약상은 이미 사교육 업계에서도 인정할 정도로 그 신뢰성이 매우 높다. 공교육만이 확보할 수 있는 자료와 상담에 임하는 교사들의 풍부한 경험은 사교육이 흉내내기 어려운 분야다. 이같은 대입상담교사단은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15개 시도교육청에도 구성되어 있어 지역별로 대입정보와 관련된 책자를 발간하거나 입시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상담교사단의 헌신적 노력에 의해 일선 고교의 교실 풍경도 점차 바뀌고 있다. 고3 교실에 들어서면 사교육기관의 배치표로 가득했던 게시판에 어느덧 상담교사단에서 제작한 각종 자료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상세한 대입정보를 담은 관련 책자도 교실마다 비치되어 있다. 학생들이나 교사들의 반응도 매우 좋다.
상담교사단의 활약상이 알려지면서 협력학교로 참여하는 고등학교도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공교육이 사교육을 능가할 수 있다는 청신호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학부모들이다. 자녀의 진로를 위한 최적의 선택이 바로 학교 선생님들에게 있음을 믿고 이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앞으로는 진로․진학 문제와 관련하여 대입상담교사단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도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