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스승의 날이 다가왔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언론에서는 연일 각종 기사를 다룬다. 좋은 미담사례를 올리기도 하지만 스승의 날에 대한 좋지 않은 시각을 내비치기도 한다.
아이들을 하교시키고 오후에 업무를 보고 있을 때였다.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oo학부모라고 밝히시고는,
“선생님, 주소 좀 가르쳐 주세요.”
스승의 날이 다가오니 집으로 무언가 보내시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언뜻 들어,
“가르쳐 드릴 수 없는데요.”
“좀 가르쳐 주시면 안될까요? 학교로 선물을 가져가기가 좀 그래서...”
“절대로 가지고 오지 마세요.”
“선생님 고마움에 대한 제 마음이에요. 이제 곧 5시에 택배가 출발한다고 하니 주소 좀 가르쳐 주세요.”
“안됩니다. 취소 하세요”
며칠 전 어느 네티즌이 한 사이트에 올린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교사가 젊었을 때는 자녀들이 어려 돈 들일이 별로 없고 교육철학이 뚜렷해 촌지를 안 받을 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 갈수록 교육철학이 흐릿해질 뿐만 아니라 자녀들이 크면 돈이 들어갈 일도 많아져서 받게 된다.’라는 글이었다. 참으로 슬프고 광분할 일이다. 어떻게 우리사회가 이런 불신풍조가 만연한 사회가 되었을까? 적어도 그 글이 한 사람만의 생각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 사회는 무언가 잘못 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
50줄에 들어 선 요즘, 왠지 체력과 두뇌가 젊을 때 같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직무연수 점수가 90점 넘기가 힘들다. 모자도 쓰지 않은 채 반팔 체육복 차림으로 운동장을 뛰며 체육을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즈음은 햇빛이 조금이라도 모자 안으로 들어오기만 해도 피부에 검버섯이 생길 것만 같아 모자를 자꾸 꾹꾹 눌러 쓰게 되고 아무리 더워도 긴팔 체육복을 꼭 챙겨 입는다. 그러나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열정만큼은 결코 위축되지 않았다. 교사에 대하여 폄하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여, 왜 그 것을 모르는가?
“선생님, 주소 좀 가르쳐 주세요.”란 말은 참으로 많은 점을 생각하게 한다. 물질만능주의를 개탄하며 이를 극복하는 교직풍토가 조성되어야 겠지만 자녀를 열과 성을 다하여 정성껏 가르쳐 주는 교사에 대하여 선물이란 이름으로 보답하며 깊은 마음을 전하려는 학부모에 대하여 일언지하에 거절해야만 하는 현실에 대해서 교사, 학부모를 비롯한 우리 사회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