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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얘들아, 대학가자"


아침 조회를 하려고 교실로 갔다. 교실 문을 열자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리에 앉아 자율학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교실 맨 뒷자리 한 녀석이 책상 위에 엎드려 있었다. 내심 야간자율학습에 피곤해서 그러리라 생각하며 내버려 두었다.
 
먼저 출석을 점검하고 아이들에게 간단한 지시사항을 전달한 뒤, 교실을 빠져나오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교실 뒤쪽에서 누군가가 나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이가 많이 아파요."
 
그러고 보니 조금 전 책상 위에 엎드려 있던 그 아이였다. 다가가 녀석의 머리를 만져보았다. 생각보다 녀석은 많이 아파 보였다. 이마 위로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더군다나 녀석은 부모와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하는 터라 집 생각이 많이 났을 것이다.
 
우선 보건실로 보내 안정을 취하게 할 요량으로 녀석을 깨웠다. 그런데 녀석은 참을 수 있다며 보건실 가는 것을 완강히 거부했다. 기말고사 앞둔 수업 결손이 본인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몸이 아파도 수업만은 빠질 수 없다는 것이 녀석의 생각이었다.
 
몸이 불편해도 수업을 받겠다는 녀석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아이들에게 간호를 부탁한 뒤 교무실로 내려왔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녀석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점심시간, 녀석이 두 아이의 부축을 받으며 교무실로 왔다. 안색이 아침보다 더 좋지 않은 것으로 보아 참을 만큼 참은 모양이었다. 내심 녀석이 자신의 심각성을 알고 조퇴를 신청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녀석은 조퇴 대신 잠깐의 휴식을 요구했다. 조퇴하고 병원에 가보라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수업이 끝날 때까지는 아직 5시간이 남았는데 마지막 시간까지 잘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결국, 녀석은 불편한 몸에도 한 시간의 수업도 빠지지 않고 모두 마쳤다. 1점이라도 더 올리려는 녀석의 행동에 감동을 받았으나 한편으로 이렇게까지 하면서 성적을 올리려는 그 아이의 몸짓이 측은해 보이기도 했다.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이제 아이들은 이 무더위와 맞서 싸워야 한다. 그리고 매일 밤 11시까지의 야간자율학습에 지쳐 있는 아이들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늘 수면부족으로 고통을 받는다. 한번은 한 아이에게 당장 소원이 무엇인지를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자 그 아이는 우스갯소리로 대답했다.
 
"선생님, 잠 한번 실컷 자보는 게 소원이에요."
 
한번은 졸린 눈을 비비며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정신 차릴 수 있는 말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다가 던진 말이 있었다.
 
"얘들아, 대학가자."
 
그러자 아이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자세를 고쳐 잡는 것이었다. '대학'이라는 말에 깜짝 놀랄 정도로 아이들은 입시에 중압감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 입시가 가까워짐에 따라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아이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학 입시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곱씹어 보아야 한다. 그리고 건강을 잃으면 그 어떤 것을 얻어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주지시켜 줄 필요가 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아이들이 마음의 여유를 갖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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