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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泣斬馬謖의 결단이 百年大計로 거듭나길


지난 20일, 이명박 대통령은 류우익 대통령실장을 포함한 수석 전원을 교체했다. 이로서 청와대 보좌진은 새정부 출범 117일만에 전면 개편되게 됐다. 특히 이날 발표된 명단에는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이 포함됨으로써 교육계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발표 이 삼일 전만해도 국정 쇄신 차원에서 진행되는 이번 청와대의 대대적인 물갈이 대상에서 이주호 수석은 빠져 있었다. 대다수 언론도 이주호 수석의 유임을 예측는 기사가 많았다. 이주호 수석은 다른 보좌진들과는 달리 교체할 경우 돌아갈 자리도 마땅치 않았다. 특히 당선이 거의 확정적이라던 18대 총선 출마를 접으면서까지 청와대행을 고집했을 정도로 교육 개혁에 대한 의지가 남달랐다. 게다가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이명박 정부의 주요 교육 정책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고, 정권이 출범한 후에도 교육 분야에 대한 장관 역할은 이주호 수석이 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대통령이 이 수석의 교체를 결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촛불로 타오른 민심이 광우병 파동을 넘어 교육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정부 여당의 우려를 모른 체 할 수도 없고 더군다나 교육 실정에 대한 교육계의 들끓는 원성을 외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이 수석 교체는 그야말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임이 분명하다.

대통령이 기왕에 어려운 결정을 내린 만큼 지금부터는 신임 정진곤 교육과학문화수석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정 수석은 현장을 잘 알고 있는 교육학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교육계의 기대가 크다. 특히 평소 교육의 성과를 나타내는 데 있어 단기적인 효과보다 중, 장기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현 정부들어 추진된 각종 교육 정책의 방향이 주목된다.

정 수석이 가장 먼저 챙겨야할 현안은 학교를 입시지옥화한 4·15 학교 자율화 조처에 대한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4·15 학교 자율화 계획이 무한 경쟁을 전제로 입안된 정책이기에 ‘0교시 수업’, ‘심야보충 수업’, ‘우열반 편성’, ‘사교육 업체의 방과후 활동 참여’ 등 교육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요인부터 면밀히 검토한 후,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폐기해야 한다.

신임 정 수석에게 거는 가장 큰 기대는 대학입시에 있다. 정 수석은 몇 년전 모 언론사 기고문에서 “단 한방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기 때문에 절대 실수해서는 안 되며, 만약 그렇게 되면 3점 내지 10점의 차이도 아닌 차이에 의해 하늘과 땅이 뒤바뀌고, 운명이 바뀐다.”며 수능위주의 입시제도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수능에 대하여 “아이들은 실수하지 않기 위해 똑같은 문제를 풀고 또 푼다. 얼마나 비교육적인 제도인가”라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는 현정부 들어 수능위주로 입시 정책이 강화된 것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현 정부의 불도저식 교육 정책으로 학교는 이미 입시학원화 되었으며 학생들은 점수 따는 기계로 전락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입식․암기식 교육의 폐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했던 통합논술도 교실 수업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만 확인한 채 수능에 가로 막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게다가 사교육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던 공약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치솟는 사교육비로 인해 서민들의 등골은 휘다 못해 부러질 지경이다.

신임 정 수석도 이같은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리라 믿는다. 그런 점에서 공교육의 기능을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 수석은 학교를 상품을 파는 기업이 아니라 지덕체를 고루 갖춘 성숙한 인간을 양성하기 위한 사회적 기관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당장의 성과에 얽매이기보다는 이번 기회에 오랜 세월 동안 학자로서 갈고 닦았던 식견을 바탕으로 백년대계(百年大計)의 초석을 세우는 데 주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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