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식물의 새싹과 허브 꽃을 이용한 ‘꽃밥’을 먹어보았나요? 꽃밥이라니? 꽃을 이용하여 밥을 만든 건가 아니면 쌀과 꽃을 함께 버무려 먹는 비빔밥인가? 감자밥이나 고구마밥, 밤밥은 들어봤어도 꽃밥은 난생 처음이다.
충청북도 청원IC를 통과해서 청주대전방면으로 진입하면 삼거리가 하나 나오는데, 이 삼거리를 150m정도 지나 우회전하면 ‘허브의 성’이란 특이한 건물을 만날 수 있다. 꽃밥은 바로 이 허브의 성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인 것이다.

이곳 허브의 성은 이곳에서 오랫동안 식물병원 원장으로 있으면서 원예 연구에 몰두하던 이상수 박사가 사재를 털어 만든 국내 최대의 허브 생산지이다. 또한 국내 허브 생산의 효시를 이룬 곳이기도 하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허브’라는 명칭을 처음 도입한 사람도 이상수 박사라고 한다.
‘허브’라는 식물은 쉽게 말하자면 인간에게 도움 되는 모든 식물을 말한다. 먹을 수도 있고, 약으로도 쓸 수 있으며 향이 진하게 나는 모든 식물을 총칭하여 허브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흔히 쓰는 한약재도 허브이며 마늘이나 생강, 각종 야채도 허브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는 늘 허브를 먹고 마시고 향유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곳 허브의 성은 우리가 접하기 힘든 서양 허브를 키우고 재배하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서양 허브가 지천으로 널려 있는 허브의 성에서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어른 3,000원, 초·중·고 2000원의 관람료를 내고 일층 안내데스크를 지나 이층으로 가면 본격적인 허브의 나라가 펼쳐진다. 소담하게 꾸며진 야외 가든의 정면에는 허브의 성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장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왼쪽에는 허브를 이용한 각종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 있으며 오른쪽에는 꽃밥을 테마로 한 허브 레스토랑이 있다. 꽃밥은 바로 이 허브레스토랑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이다.
허브 꽃밥은 우선 화려함이 특징이다. 메인 접시에 담겨진 각종 허브 꽃의 색감은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그 접시에는 보랏빛 향기 가득한 바이올렛이 있으며 여인의 붉은 입술을 닮은 임파첸스가 있다. 또한 노란색과 붉은 색을 동시에 함유한 나스터츔이 있는가 하면, 클로버핑크의 생글거림이 산뜻하게 담겨 있다. 먹기에는 너무 아까운 꽃잎들. 저 꽃잎을 버무려 먹는다면 꽃잎이 망가질 텐데 하는 걱정도 잠시, 꽃밥을 먹는 방법이 따로 있었다.

우선 꽃밥은 로즈마리밥과 허브고추장, 허브향이 첨가된 돼지고기, 허브와인, 허브간장, 허브동치미, 허브 꽃 접시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선 이 꽃잎들을 허브동치미에 하나 씩 담가야 한다. 메인 접시에서 허브 꽃을 다 골라내면 허브새싹만이 오롯이 남게 되는데, 이 새싹에 밥을 넣고 허브간장을 살짝 뿌린다. 그런 다음에 고추장을 적당히 풀어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동시에 이용하여 살살 비벼준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동시에 이용해서 비벼야 새순이 부서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심스럽게 밥을 비빈 후에 숟가락으로 비빈 밥을 한 술 뜬 다음, 거기에 꽃잎을 하나씩 얹어서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참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싹을 이용한 비빔밥이야 흔하지만 거기에 허브꽃을 얹어서 먹다니 너무 기발하면서도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밥이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마치 향기를 먹는 듯한 혹은 환상과 꿈을 먹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혀끝에 감도는 허브향의 진한 여운. 이상수 박사가 이야기한대로 평생 잊지 못할 황홀한 맛이 바로 입안에 감도는 것이었다. 이 꽃밥은 무공해로 재배한 새순의 면역력을 함께 먹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웰빙 식품의 꽃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참으로 특이하면서도 아름다운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꽃밥은 양도 적당해서 한 그릇만 먹어도 배가 든든하다. 레스토랑 벽면에는 이 꽃밥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먼저 먹여주면 사랑이 깊어진다고 쓰여 있다. 슬며시 번져 나오는 웃음. 먹는 음식에 의미를 부여하여 그 또한 하나의 추억으로 만든 기획력이 돋보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밥을 먹었으니 이제는 구경할 차례. 우선 식당 안에 있는 천년 된 은행나무를 한 번 쓰다듬은 후, 허브 전시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허브전시장으로 가는 길도 재미있다. 허브 잎으로 하트를 세 개 만들어 손님들이 하트에 머리를 내밀고 사진을 찍게 하였다. 사진 찍을 때는 필히 ‘로즈마리’를 외쳐야 한다나 어쩐다나.
허브터널로 들어가면 온통 하트와 허브가 가득 차 있다. 레몬밥이며 스피아민트, 헬리오트로프, 파인애플세이지, 코튼 라벤더, 피버휴 등등 온통 생소한 허브들이 저마다의 향을 풍기며 곳곳에 숨어 있다. 실내 전시장을 다 둘러보면 이제부터 야외전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야외전시장에는 의자바위와 고추공룡바위, 라벤더 정원, 작은 폭포, 허브생카펫트 등이 있으며 이 전시장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천년된 소나무 분재라고 할 수 있다. 일명 천년송이라 불리는 이 나무는 다섯 번 죽고 다섯 번 살아났다는 신비의 나무이다. 죽은 고사목에서 다시 가지가 피는 것을 다섯 번이나 반복했다는 것이다. 직원 말에 의하면 일본의 전문가들이 와서 15억엔(우리 돈 150억)을 주고 사겠다는 걸 거절했다고 한다. 액수도 엄청나지만 이 나무가 지닌 품격과 고귀한 기운은 더 엄청나다는 걸 직접 보면 실감할 것이다.

그 외에도 야외전시장에는 작은 수족관이 있는데, 이 수족관에 가면 10년 된 붕어와 잉어가 노닐고 있고 그 유명한 철갑상어의 유영하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허브의 향이 온통 휘감고 있는 허브의 성. 일명 상수허브랜드는 해마다 5월이면 허브대축제를 연다고 한다. 총 3만 평의 부지 위에 펼쳐져 있는 허브의 나라. 그곳에서 맛본 허브 꽃밥. 올 여름의 휴가 중에 잠시 둘러서 꽃밥을 먹는 추억을 가져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