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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얘들아, 공부만큼 쉬운 게 없단다”

월요일 아침. 출근하여 교실에 다녀온 최 선생의 표정이 그다지 밝아 보이지가 않았다. 함께 생활하면서 느낀바, 최 선생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굳어 있는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동료 교사를 보면 늘 웃으면서 대했기에 갑자기 달라진 최 선생의 행동은 뭇 사람들의  신경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최 선생은 여름방학 보충수업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찍 출근하여 아이들의 출석을 점검하는 열성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최 선생의 마음은 타 선생님의 모범이 되기도 하였다. 최 선생의 심기가 불편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방학 보충수업을 시작한 첫 주까지 아무 탈 없이 학교에 잘 나오던 학급의 한 여학생이 사흘째 결석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 아이와의 연락은커녕 학부모와도 연락되지 않아 담임으로서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아이의 행방을 찾으려고 수소문해 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하였다.
 
그 이후로 최 선생은 그 아이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고 하였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동료교사들은 최 선생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나름대로 별생각을 다 했던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를 하면 최 선생은 늘 다음과 같은 말을 하며 안절부절못했다.
 
“최 선생, 설마 무슨 일이라도 있겠어. 너무 신경 쓰지 말게.”
“요즘 세상이 워낙 험해서 안심이 안 돼요. 더군다나 여학생이라…. 그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죠?”   
“아무튼, 제자를 사랑하는 최 선생 마음 알아줘야 한다니까.”
 
목요일 아침. 어제까지만 해도 온갖 인상을 쓰고 다녔던 최 선생의 얼굴이 예전처럼 환해졌다. 그리고 점심을 사겠다며 다른 약속을 하지 말라고 하였다.
 
“최 선생, 무슨 좋은 일이라도….”
“그 아이가 오늘 학교에 나온다고 연락이 왔어요. 아무 일 없이 돌아와 다행이에요.”
 
문득 최 선생의 제자 사랑이 그 아이를 돌아오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는 며칠 전에 잃어버린 휴대폰을 사려고 친구로부터 소개받은 바닷가 한 횟집에서 아르바이트했다고 하였다. 그런데 부모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매일 아침 등교를 시켜주고 하교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고 왔기에 으레 아이가 학교에 잘 다니는 줄만 알았던 것이었다.
 
그 아이는 부모가 차를 돌려 가는 것을 보고 사복을 갈아입고 난 뒤 곧장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고 아이들의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마치 아무런 일이 없듯 학교 앞에서 부모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부모가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교무실에 불려온 그 아이는 사흘 동안 고생을 한 탓인지 많이 수척해 보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본 아르바이트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래서일까?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며 담임인 최 선생 앞에 다짐하였다.
 
그 아이는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낀 점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온종일 일한 대가로 4만 원을 받았다며 부모님이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버는지를 다시 알게 되었다고 하였다. 무엇보다 부모님과 담임선생님을 더는 속일 수가 없었다고 솔직히 고백하였다. 마지막으로 그 아이는 마치 인생에서 산전수전(山戰水戰)을 겪은 사람처럼 학급 아이들에게 꼭 이야기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였다.
 
“얘들아, 공부만큼 쉬운 것은 없단다.”
 
그 아이의 마지막 말에 처음에는 웃음이 나왔지만 사흘 동안의 아르바이트를 통해 돈으로 살 수 없는 그 아이의 소중한 깨달음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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