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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교육 활동 공개, 신중하게

교육과학기술부가 마련한 ‘교육 관련 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에 따르면 2010학년도부터 모든 초중고교의 학업성취도 결과가 공개될 전망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모든 초중고교는 매년 2월 학업성취도 결과를 홈페이지를 통하여 공개하고 전년도 성적과 비교하여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밝혀야 한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매년 10월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생을 대상으로 하며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과목을 평가한다. 평가 결과는 학생 개인에게 ‘우수’‘보통’‘기초’‘기초학력 미달’의 4등급으로 통보되지만 학교의 경우 성적에 따른 서열화의 우려 때문에 ‘우수’와 ‘보통’을 ‘보통 이상’으로 묶어 3등급만 공개한다. 그렇지만 성적이 좋은 학교는‘보통 이상’으로 포함된 우수 학력 비율을 별도로 공개할 수 있어 결국 학업성취도 공개는 개별 학교의 학력 수준은 물론이고 학교 간 격차를 극명하게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개별 학교는 교육과정 및 평가에 대한 사항과 중간, 기말고사의 과목별 평균 및 표준편차까지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성적 이외에 진학 실적, 각종 경시대회 수상 실적 등 추가 정보까지 공개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학교는 각종 경시대회 실적과 함께 외국어고나 과학고 등 특목고 진학 실적을, 고등학교도 각종 수상 실적은 물론이고 명문대학 진학 실적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있던 개별 학교의 교육 활동 결과를 숨김없이 공개하는 것은 교육수요자의 알 권리는 물론이고 교사와 학생의 분발을 자극함으로써 전반적으로 학력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학교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교육력 집중을 통한 효율의 극대화를 이룰 수 있다. 또한 교육 행정을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학력 격차의 실상을 제대로 알아야 우수학교를 격려하고 낙후학교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지원을 강화할 수도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교육 선진국는 일찌감치 교육 활동에 따른 결과 공개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다만 교육 활동의 결과가 성적이나 진학 실적에 치중할 경우, 학교서열화가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밖에 없어 학교 간 피말리는 경쟁으로 이어지고 학생 개인의 소질이나 적성은 무시되고 오로지 성적에 의해 평가받는 학력지상주의가 만연할 공산이 크다. 가뜩이나 인성교육이 뒷전으로 밀려난 상황을 감안한다면, 장기적으로는 공동체적 가치와 사회 통합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교육 활동 공개를 두고 교육 현장의 분위기는 대체로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학교서열화에 따라 학력이 떨어지는 학교의 경우 학생이나 학부모들로부터 외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존립의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학력에 대한 교사의 부담이 가중됨으로써 바람직한 스승상을 훌륭한 인격이 아닌 교과 지도 기술의 숙련도에 달려있다고 오해할 개연성도 있다. 사실 교육은 사람을 기르는 것이지 공부 선수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더욱 염려스럽다.

이번 교과부의 교육 활동 공개는 공교육의 질을 확실하게 끌어올림으로써 사교육에 지친 학부모의 짐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물론 공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점은 찬성하지만 다만 시행 과정에서 나타날 지나친 경쟁과 부실한 정보 그리고 학력지상주의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실현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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