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교장실이 가장 더웠던 여름으로 기억되던 비학의 뜨락에 가을이 성큼 와 닿은 것을 아침 저녁에 피부가 알아차린다, 그뿐 아니라 어느 날 날아든 메신저에서도 묻어있었다. 본교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 학생들의 전국 대회가 있어 그동안 연습해온 하모니카연주를 파이널로 리허설을 한다 것과 많은 조언과 격려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방송통신고 학생들의 구성이 평소 무척관심을 끌었다. 시공간을 초월한 지적 추구를 하는 그런 분들은 이미 만나지 않아도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주인이기 때문에 삶이 권태롭거나 감사함을 잃을 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학기에 부임한 교감선생님은 꽃바구니 중 가장 풍성하고 아름다운 꽃바구니를 내어 놓으셨고 나의 학위축하 꽃화분 중 꽃망울이 화사하게 핀 화분을 골라 옮겨 무대를 장식하였다. 그리고 ‘비학음악회’ ‘가을을 열며’라고 무대에 새겨 붙였다.
근사한 식장으로 변신한 시청각실은 내가 봐 온 호암 아프홀이나 어느 음악회의 무대보다 더욱 정감이 갔다. 연주장은 우리들의 중추신경을 자극하여 동화되는 데는 순식간이었다. 이는 현과 관의 조화에다 그 무언가가 더 하여서였다. 협찬연주를 하는 여대생은 음악대학에서 바이얼린을 전공하고 있는 중으로 하모니카연주자 중 두 부모님이 1학년 3학년으로 재학중인 것이었다. 한 가족이 연출하는 조화는 많은 사람들이 목표로 하고 이루고자하는 자아성취의 부분을 그들은 도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나의 생각은 더욱 검증되고 있었다. 67세, 66세에 달하신 부부도 한 동창생으로 계셨고 중소기업사장님도 그리고 모든 분들이 각 도처에서 자기주도적 삶을 잘 이끌어가고 있는 분들이었다. 비학 음악회가 주는 가을의 화음은 그들의 삶의 조화이자 관객으로 참석한 교직원과의 동화였다.
세곡의 연주가 끝나자 평가해달라는 지휘자 윤선생님의 요청에 다른 말이 필요 없었고 각본 없는 답례 연주로 이어졌다. 교장선생님은 즉석에서 고향의 봄을 연주하셔 모두의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1학년 담임인 장선생님은 아껴 두었던 가요를 열창하며 안무까지 곁들여 연주로 답례 하였다. 교감선생님 방송통신고 교무부장선생님외 많은 선생님들의 적극적 격려와 지지를 마지막으로 지휘자는 무대장식협찬을 소개와 함께 나의 소감을 부탁해왔다. 생각지도 않는 지적에 나의 평소의 철학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