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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8살 인생이 ‘흥부와 놀부’의 참 맛을 알랴!


“오늘은 '흥부와 놀부'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 10명의 배역을 정하는 날이지요? 흥부 역을 해 볼 사람은 나와 보세요.” 어린이 몇 명이 앞으로 나온다,
“자, 그럼 한 명씩 흥부의 대사를 읽어 볼까요? 여기 앉아 있는 여러분의 친구들이 흥부의 목소리를 실감나게 흉내 낸 친구에게 흥부 역을 맡길 거예요.”



흥부 : "박씨를 심으라고?"
(놀라면서)"아니? 박씨가 커다란 박이 되었네. 여보! 어서 톱을 가져와 봐요."
모두들 연습을 많이 한 흔적이 역력했다. 자 이번에는 놀부 역을 정해 봅시다.
놀부 : (놀부네 집. 씩씩거리며 들어온다) "뭐라고? 흥부가 제비 다리를 고쳐주었다고?”
10명의 배역 정하기가 모두 끝나고 각자 맡은 역의 대사를 외워 오도록 하였다. 시간만 나면 대본을 들고 외우는 모습이 진풍경이었다. 






드디어 연극을 하는 날이 돌아왔다. 학교에 오자마자 아이들은 그동안 만들었던 도깨비 방망이며, 가면 등을 쓰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교실 책상을 모두 뒤로 물리고 제법 그럴싸한 무대를 만들었다.

모두 12차시로 되어 있는 즐거운 생활 2단원 ‘옛날 옛적에’는 어린이들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도록 교사가 돕는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다. 어린이들이 옛날의 모습을 책이나 텔레비전에서 보기는 했으나 막상 옛날 시절로 돌아가 노랫말을 만들고 그림과 신체로 표현하는 데는 다소 머뭇거렸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협동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였고 옛날 모습에 대해 서로의 생각과 알고 있는 바를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초가집, 기와집, 상투머리, 짚신, 치마저고리, 얼굴 모습, 대문, 담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상상과 꿈의 세계를 음악, 찰흙, 그리고 종이 등의 폐품을 이용하여 소품을 만들어 보았다. 그리고 친구들과 협동하여 만든 다양한 소품 자료는 연극을 할 때 좋은 자료가 되었다. 그러나 8살 인생으로 ‘흥부와 놀부’의 감정을 느끼도록 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막연하게 착하니까 복을 받고 나쁘니까 벌을 받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으리라.


놀부가 제비의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린 후 고쳐 주고 그 대가로 박씨를 얻는 과정에서 그 결말을 예측 못하는 욕심이 인간의 마음에서 얼마나 교묘하게 작용하는가를 8살 작은 가슴에 새겨져서 그런 사람으로 자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또 제비의 다리를 고쳐주고 그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던 흥부 또한 예측 못한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을 보고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은 누구에게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삶의 순간순간에서 언제고 어디서고 툭툭 나와서 모든 사람에게 유익을 주고 자신에게도 기쁨을 준다는 사실을 8살 작은 인생이지만 무언가 느끼지 않았을까?
 
비록 배역을 맡은 어린이들은 10명이지만 사실 나머지 27명 전 어린이들이 조력자로 참여하였다. 놀부의 배경이 되기위해서는 놀부네 기와집과 담, 대문 등을 누가 들고 있어야 한다. 또 흥부의 배경이 되는 초가집도 마찬가지이다. 주인공 제비 외에 다른 여러 제비들도 주변에 있어야 한다. 보물이 쏟아질 때와 점점 자라는 박의 연출도 배역 만큼 중요한 일이다. 연극이 완성되기까지 이토록 많은 과정이 필요함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다음은 ‘흥부와 놀부’연극과 관련해서 우리학급 홈페이지 학부모님 방에 올라 온 글 중의 하나이다. 이번 연극에 대한 학부모님의 관심이 컸던 모양이다. 학부모님의 글을 그대로 올려본다.

아침 식탁에서부터 발 장난치다
나중엔 서로 머리를 쥐어박으며 투닥거리는
셋째, 넷째 아이들 덕에 오늘도 아침부터 악쓰는 엄마로
하루를 시작한다.

15분이면 뚝딱할 밥 한 그릇을 까부느라 50분 넘도록 먹고
기어이 지각을 하며 집을 나서는 철없는 아이들...

이런 날은 잘 다녀오라는 아침 포옹도 뽀뽀도 물 건너가고
'빨리 뛰어가~'
'투명파일에 끼운 설문지 내는 게 잊지 말고~' 하는
다소 건조한 잔소리만 날카롭게 현관 앞을 울립니다.

아침부터 야단쳐서 보낸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아이들 생각에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연극연습도 안 시켰는데 어쩌나 걱정되는 마음 뿐.

처음 흥부, 놀부 대본을 볼 때부터
도깨비에게 가장 많은 감정이입을 하던
도깨비 같은 아들 녀석...

흥부랑 놀부 역은 절대 싫고
그나마 도깨비 다음으로 하고 싶다던
제비 역도 대사를 꼭 도깨비 같은 목소리로 읽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도깨비 역' 맡아 와서는 신나서
'니 집을 부숴 버릴테다~' 하며 악동 같은 얼굴로
누나 방을 들락거리며 장난을 치곤했는데
정작 학교에서는 잘 할는지...

“엄마! 대사도 한 줄밖에 안 되고요,
원래 도깨비 같으니까 연습할 것도 없어요.
의빈이한테 딱 이예요.”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막내 누나의 말.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막내 아들의 장난기가
이번 연극에서 어떻게 작용할 지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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