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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국가가 학생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

수시합격생 수능 응시료 환급해줘야 마땅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13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일선학교 고3 교실은 마지막까지 한 점이라도 더 올리려고 아이들은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매년 느끼는바, 수시 합격자의 수능 응시 여부가 문제시되고 있다. 사실 수시모집 1차에 합격한 학생들은 수능 원서 접수 이전에 당락이 결정되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수시모집 2-1에 지원한 학생의 경우, 합격자 발표일이 수능 응시원서 접수 마감일(9.1~9.17) 이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만에 하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능 원서를 써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본교의 경우, 대학진학을 희망하는 대부분의 학생이 수시모집에 합격하여 올해 3학년 재적 학생(293명) 중 최종 원서를 접수한 학생이 205명(재수생 포함)으로 집계되었다. 그러나 이들 학생 중 많은 학생이 수시 모집 2차에 합격하여 실질적으로 수능시험을 치러야 할 학생 수는 불과 몇십 명 정도이다.

이에 2학기 수시모집 2차에 최종 합격한 일부 학생들은 수능을 포기하겠다며 수능 응시료에 대한 부당성을 꼬집었다. 그리고 가끔 응시료 환급 건에 대한 질문에 뚜렷하게 내세울 만한 답변을 주지 못하는 것을 보면, 나 또한 이 문제에서 아이들과 생각을 같이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더군다나 학생 개개인이 부담해야 할 수능 응시수수료(3개 영역 이하 3만 7000원, 4개 영역 4만 2000원, 5개 영역 4만 7000원)가 터무니없이 비싸 학부모의 가계에 부담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응시생이 줄고 국고지원이 없다는 이유로 응시료를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다는 교육과정평가원의 진술은 구차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전국적으로 수시모집 2차에 최종 합격한 학생들이 결시를 했을 경우, 국고에 환수될 응시료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국가가 학생을 상대로 장사하겠다는 심보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수시모집 전형에서도 1단계에 떨어진 학생들에게 전형료 몇 퍼센트를 환불해 주는 것을 고려해 볼 때, 국가가 정한 입시 전형일자에 치러진 수시모집에 합격하여 수능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명분이 있는데도 응시료를 환급해 주지 않는 처사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수능 응시료를 환불해 주지 않으려면 아예 수시모집 자체를 폐지하거나 전형일자를 수능원서 접수 이전으로 앞당겨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국가는 전액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응시료 일부라도 환불해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런 부작용을 알면서도 밀어붙이기식의 제도에 피해를 보는 당사자는 결국 수험생과 학부모이라는 사실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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