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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시골에 혼자 사시는 어머니 생각

출장을 가는 길에 시골에 혼자사시는 어머니를 뵙고 가려고 생각하니 내가 불효를 하고 있다는 자괴심(自愧心)이 들었다. 우선 마트에 들려 잡수실 간식을 몇 가지 골랐다. 금방 터질 것 같은 빨간 홍시,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빵, 짧고 싱싱한 바나나, 심심하실 때 드실 과자와 검은콩두유 등 몇 가지를 봉지에 담아 차 옆자리에 놓고 어머니 생각을 하면서 시골길을 달려갔다.

언젠가 6.25전쟁 이야기를 하실 때 그 추운 1.4후퇴로 겨울 피난길에서 머리엔 짐을 이고 등에는 우리나이로 다섯 살 난 맏아들을 업고 걸으셨으니 얼마나 힘드셨을까? 언제 죽을지도 모를 위급한 전쟁 상황인데 머리에 짐 보따리 보다 등에 업힌 아들이 더 부담이 되셔서 길에다 버리고 싶은 마음까지 드셨다고 하신다. ‘그래도 맏아들인데 …’하는 일념으로 죽을힘을 다해 전쟁을 잘 넘기셨다는 이야기이다. 그이야기를 듣고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어머니의 자식사랑으로 길에서 얼어 죽었거나 전쟁고아가 안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 어머니의 은혜에 십분의 일이라도 보답하고 있는가? 일본으로 ‘색시공출’이라는 이름으로 끌려가실 꽃다운 열여섯에 시집오셔서 팔순이 넘도록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시면서 오남매를 키워 모두 직장을 따라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당신은 오두막 같은 옛집을 지키시며 지난해까지 두 분이 사시다가 아버지를 먼저 보내시고 외딴집에 홀로 사시니 얼마나 적적하실까? 매년 텃밭에 배추와 무를 길러 아들딸에게 나눠주시며 김장까지 담가주시는 자식사랑은 올해도 변치 않으셨다.

아버지께서 병원에 계실 때도 침대 옆에서 새우잠을 주무시며 병간호를 하셨다. 추석명절만이라도 편히 쉬시라고 동생과 번갈아 병실을 지키며 밤을 새워보니 팔순의 연세에 병간호가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두 분이 의지하며 사시다가 혼자되시어 얼마나 쓸쓸 하실까 하는 생각을 하니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전화도 자주 못 드리는 것이 죄스러울 뿐이다.

농한기에는 유일한 낙이 TV보시는 것이고 동네 경로당에 모이셔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일 텐데 아들네 보다는 편하신 딸네 집에 며칠씩 다녀오시며 겨울을 나실 걸로 예상이 되는데 아프신데 나 없으셔야 할 텐데 하는 염려가 된다.

남들 다 보내 드리는 해외여행을 한번 못 보내드린 것이 후회로 남는다.
여권사진까지 찍으시고도 돈 아깝다고 하시며 극구반대를 하셔서 실천에 옮기지 못했는데 지금에 와서 혼자라도 모시고 다녀오려고 해도 무릎이 안 좋아 걷는 것이 불편하여 못 가시겠다고 하시니 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차로 이동하실 곳이라도 동생들과 함께 모시고 갈 생각을 하고 있다.

어느덧 집에 도착하여 인사를 드리니 출근안하고 어쩐 일이냐고 반겨주신다.
“뭘 또 사가지고 오느냐?”
“간식거리 조금 사왔습니다. 심심하실 때 드세요.”
서울 딸네 집에 가서 김장을 담가주고 우리 줄 배추 때문에 어제 저녁에 오셨다며 어머니와 함께 뽑아놓은 무와 밭에 있는 배추를 덮어주는 일을 하고 점심도 못 사드리고 출장지로 가려니 발길이 안 떨어졌다. “날씨가 차니 춥지 않게 주무세요.”라는 인사를 드리고 출장지로 향하려니 효(孝)를 강조하며 훈화를 하던 내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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