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좋은 대학,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초등학교에서부터 특목고 반이니 영재반이니 뽑아서 가르치는 학원과 각종 학습지가 수없이 많다. 엄마들의 지극한 모성애와 맞물려 아이들의 동심은 멍들고 사고력과 이해력, 창의력마저 깡그리 무시된 채 숫자놀음에만 연연하다 정작 중요한 그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단순한 계산 문제는 잘 하는 아이들도 조금만 틀어 놓은 응용문제는 손도 대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고 또 문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리고 계산과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답에만 집착하고 있다. 예를 들어 2학년 2학기 수학 익힘책 36쪽에 있는 문제를 보자.
‘영호는 영수와 함께 도토리를 주웠습니다. 영수는 130개를 주웠고 영호는 영수보다 27개를 더 주웠습니다. 두 사람이 주운 도토리는 모두 몇 개입니까?’라는 문제에서 ‘빨리빨리’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130+27을 하는데 망설이지 않는다. 물론 계산은 일사천리다. 그러고는 더 이상 들여다볼 생각을 않는다.
문제는 여기에서 생긴다. 첫째 문제를 자세히 읽지 않고 둘째 그 문제의 의미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반에서 이 문제를 한 번에 맞힌 아이는 반도 안 된다. 이러한 일은 허다하다. 또 어떤 문제는 설명을 해도 듣지를 않는다. 계산과정도 안중에 없다. 답을 이미 알고 있으니까...
수학 교과서는 기본 원리를 다루고 수학 익힘책은 이것의 숙달과 심화과정인데 이 정도의 사고력으로 어떻게 초등 수학에서 강조하는 실생활에서의 문제 해결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을까? 수학의 묘미는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문제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하나씩 풀어나가는 사고의 과정에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를 무시하고 오로지 계산과 답에만 치중하니 앞으로의 아이들이 걱정스럽다.
수학에서 계산력은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그 계산을 할 수 있도록 선행되어야 할 사고력은 더 중요하다. 요즘은 학습지 방문교사가 시간까지 재면서 속도를 체크한다는데 빨리 계산하는 일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을까? 그래서 아이들의 사고력과 이해력은 ‘일단 멈춤‘이고 더 이상 개발되어지지 않는다. 물론 많은 문제를 다루어서 다행히 똑같은 문제가 나온다면 좋겠지만 그럴 확률은 적다. 그 확률을 높이려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된다면 과연 그것이 경제원칙에 부합되는 것일까!
다양한 사고력과 창의력을 요구하는 21세기의 글로벌 사회에서 하나를 알면 열을 깨치지는 못할망정 열을 알아서 하나를 해결하게 하는 방법은 아무래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임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