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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창의성을 가로막는 것들

누구나 아는 우리나라를 너무 사랑한 김구 선생은 하늘나라에서도 옥황상제와 내기 바둑까지 두면서 아인슈타인, 에디슨, 퀴리부인을 한국에 다시 태어나게 해달고 소원을 빌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30여 년이 흐른 뒤 아인슈타인은 수학과 물리학은 잘하지만 나머지를 못해 계속 대학을 떨어져 입시학원을 전전하고 에디슨은 발명은 많이 했지만 특허 내기가 어려워 골방에 갇혀 계속 법전만을 뒤적이고 있고 끝으로 똑똑한 퀴리부인 마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취직을 못해 빈둥대며 놀고 있었다.

다소 과장된 이야기지만 서울대 문용린 교수는 각자의 창의성을 발휘하기 힘든 우리나라의 현실을 이렇게 꼬집고 있다.

지난해 미국 뉴욕의 심장부인 맨해튼에서 독도수호 게릴라성 캠페인을 벌여 화제가 됐던 이제석씨는 국내 대학시절 수많은 광고전에 응모했지만 트랜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 한 개의 상도 받지 못하다가 홀연 미국으로 건너가 2007년 한 해 동안 국제 광고전에서 무려 29개의 메달을 거머쥐며 세계적인 광고 디자이너가 되었다. 또한 혹자는 빌게이츠가 만약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결코 지금의 빌게이츠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창의성을 가로막는 것들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자리매김하고 있는 혈연, 학연, 지연의 지독한 굴레와 남존여비, 사농공상 같은 버리지 못한 전통의 멍에를 그 이유로 들고 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와 미군정, 군부독재를 거치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소위 ‘완장문화’와 ‘줄대기’, 그리고 출세지향주의와 금전만능주의가 창의적인 문화 창출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이러한 사회 흐름이 만들어 낸 입시위주의 줄세우기 문화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 아이들의 창의성 마저 말살시키고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교수는 지난해 11월 국회 초청 특강에서 “모든 학생들이 밤 11시까지 똑같이 공부하는 현 한국의 교육제도를 잘라내 버려야 한다”고 일갈하였다. 그리고 “산업화 시대에 맞춰진 현행 대중교육(mass education)을 일부 수정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 내한한 핀란드의 요우니 벨리예르비 교수도 “평등성을 중시하는 교육이 학생들의 실력을 하향 평준화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국제 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를 보면 성적이 높든 낮든 핀란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높게 나타난다”며 “초·중등 단계에서 경쟁이라는 가치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오히려 교육의 질이 저하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핀란드는 지난 2000년부터 3년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하고 있는 국제 학업성취도평가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할까? 우선 입학사정관제 같은 다양한 입시제도에 따른 교육과정의 유연성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호주 콜린 마쉬 교수가 21세기 학교교육의 선진화를 위해 제시한 것처럼 자율적인 교육과정의 토대 위에 교육공동체가 협력체제를 구축하면서 창의성 신장을 위한 교육 여건이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학교, 가정, 사회라는 ‘세발자전거’가 서로 발을 잘 맞추어야 한다. 그나마 지금까진 두 바퀴만으로 억지로 끌고 와 2만불 시대를 이룩했지만 미국발 금융사태 이후 우리는 제로베이스(Zero-Base)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창의성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서로 과감하게 지적하고 벗어 던진 채 팀워크를 발휘할 때 이 난국을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적게 벌고 적게 쓰더라도 권력이나 돈이 우선이 아닌 사람 중심이 되어 서로 배려하는 전통을 다시금 이어가야 할 때인 것 같다. '이제야 비로소 창의력(creative) 높은 세발자전거가 창의성(creativity)을 싣고 창조(creation)를 향해 잘도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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