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 훈자편에 “지락(至樂)은 막여독서(莫如讀書)요 지요(至要)는 막여교자(莫如敎子)니라.”라는 말이 나온다. “지극한 즐거움은 책을 읽는 것과 같은 것이 없고, 지극히 중요한 것은 자녀를 가르치는 것과 같은 것이 없느니라.”는 뜻이다. 한문에서 莫如(막여)는 최상급의 비교 의미를 나타낸다. 莫如讀書는 ‘독서만 같은 것이 없다’로 독서가 최고란 뜻이고 莫如敎子는 ‘자식을 가르치는 것이 최고다’라는 뜻이다.
독서가 최고이고 자식을 가르치는 것이 최고이다. 자식 입장에서 보면 책을 읽는 것이 최고이고 부모 입장에서 보면 자식을 가르치는 것이 최고이다. 자식이 책을 읽고, 글을 배우는 것이 최고요, 최상이요, 최선이라는 뜻이 된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자식의 책 읽는 소리가 나면 그게 가장 큰 즐거움이 되고 자식이 글을 배우는 것을 보는 것이 가장 긴요한 일이 되는 것이다. 자식의 입장에서 보면 스스로 책을 읽음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찾아야 하고 스스로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너의 지락(至樂)이 무엇인고?” 하고 물으면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은 오락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어떤 이는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은 운동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어떤 이는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 수영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어떤 이는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 등산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렇게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마다 자기의 가장 큰 즐거움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명심보감에서는 지락(至樂)을 독서에 두었다는 것은 글을 배우는 것이 기쁨의 원천이라는 것을 잘 말해 주는 것이다.
책을 읽음으로 즐겁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책을 읽음으로 인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배우고 익힐수록 새로운 것을 알게 되니 즐거움이 더해가는 것은 사실이다. 책을 읽고 배우고 익힐수록 기쁨이 더해감을 체득한 대표적인 분이 바로 공자(孔子)이다. 공자(孔子)는 ‘논어(論語)’ 첫머리에서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학이시습지불역열호)”라고 하셨다.
배우면 즐겁다. 책을 읽으면 기쁘다. 삶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기쁨을 누리며 사는 것이요, 즐거운 가운데 생활하는 것이다. 삶의 기쁨, 즐거움의 원천이 독서다. 배우는 것이다. 자녀들이 배우는 것에서, 자녀들이 책을 읽는 것에서 기쁨을 더해가는 부모가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
요즘 컴퓨터 오락이 독서의 즐거움을 빼앗아간다. 요즘 TV쇼가 배움의 기쁨을 빼앗아간다. 요즘 스포츠 프로가 기쁨이 되어간다. 오락, 쇼, 스포츠프로가 지락의 자리를 차지하면 안 된다. 이들의 기쁨은 진정한 기쁨이 될 수 없다. 갈증이 날 때 탄산음료 마시면 순간적으로 시원하고 쾌감을 느낄지 몰라도 조그만 지나면 다시 갈증을 느끼게 된다. 갈증을 풀어주는 것은 시원한 물밖에 없다. 참 기쁨을 주는 것이 탄산음료가 아니라 시원한 냉수 한 그릇이듯이 참 즐거움을 주는 것이 오락, 쇼, 스포츠프로가 아니라 한 권의 책이다. 한 권의 책을 읽음으로 기쁨을 찾아야 한다. 하나라도 배워나감으로 진정한 즐거움을 얻어야 한다.
부모에게서 至要(지요)가 과연 무엇일까? 가장 필요한 것이 돈일까?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식을 가르치는 것일까? 부모의 즐거움도 돈에서 찾으면 안 된다. 부모의 즐거움을 자식을 가르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자식이 배우는 것을 보고 기쁨을 얻어야 한다. 자식이 책 읽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해야 한다. 책 읽는 자식을 보면 장래가 눈에 보이지 않는가? 공부하는 자식을 보면 희망이 보이지 않는가? 혹 자식이 TV보며 즐기는 것을 보고 함께 즐기고 있다면 “지락(至樂)은 막여독서(莫如讀書)요, 지요(至要)는 막여교자(莫如敎子)”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