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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덕성여중 사례 일반화 가능한가?

요즘 덕성여중 김영숙 교장의 '사교육 없는 학교 만들기' 실험이 공교육 살리기 한 모델이 되고 있다. 대통령께서도 방문하여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고, 주요 매스컴이 앞을 다투어 '우리나라의 미셀 리'로 우리교육 혁신사례의 좋은 본보기로 보도하고 있다. 그는 덕성여고에서 30년간 국어 담당 평교사로 재직하다가 지난해 9월 덕성여중 교장으로 발탁됐다. 사립 학교재단이라서 평교사가 교감도 거치지 않고 교장이 된 것이다.

이처럼 학교의 변화와 개선을 유도하고 학교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서 학교장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최근 들어 영국, 호주, 노르웨이 등지의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성공적인’ 학교장을 선정하여 특징을 규명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수행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주로 학생의 학업성취도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국의 교장 평가·양성기관인 국립학교 리더십연구소(NCSL)는 보고서에서 “우수한 교장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지만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 큰 기여를 하는 것이 사실” 이라며 “국내외 사례를 보면 우수한 교육지도자가 교육 개혁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미국에서도 유능한 교장을 빈민지역 공립학교에 파견해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계인 미셀 리 워싱턴DC 교육감은 2007년 9월 취임한 이후 성적이 부진한 23개 학교를 폐쇄하고, 문제교장 36명을 해고했다. 대신 유능한 사람을 교장으로 임명하고 이들에게 교사 해임 등 폭넓은 권한을 부여했다. 그 결과 학생당 교육 예산은 미국 내 최고 수준이면서도 학력평가 결과는 최하위권 워싱턴DC의 교육경쟁력이 살아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사립학교는 교원의 인사와 재정 등 재단의 배경이 뒷받침된다면 학교장으로서 강력한 권한행사를 할 수 있다. 덕성여중 김교장은 역시 그러한 백그라운드로 성적 부진 학생을 대상으로 보충수업에 대한 강력한 교장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다. 우수 학생 수준별 수업, 실력 부진 학생 별도 지도, 통합논술·심층면접팀 운영 등 그야말로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특화반을 만들어 '맞춤형 지도'를 한 것이다. 이를 위하여 교사들에게 오후 10시까지 자발적으로 근무를 설득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학교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과연 공교육에도 가능할까? 지금 고3 담임까지 자율학습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과연 공립학교 교사들이 오후 10시까지 연장근무에 싶게 동의할까 되묻고 싶다. 교사도 최소의 인간다운 생활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고 있다. 또한 공무원의 근무시간은 1일 8시간으로 정해진 상태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10까지면 1일 15시간 근무하라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인가? 모든 교사가 학교 가까운 곳에 생활하지도 않는다면 매일 가정에서 학교까지의 출퇴근 시간도 만만치 않게 걸릴 것이다. 이러한  시간을 합한다면 과연 정상적인 삶을 지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공무원의 1일 초과근무시간은 규정을 보면, 기본공제시간 2시간을 포함하여 총 6시간을 공제한 후 4시간 이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초과근무 수당이나 보충수업에 대한 수당을 준다해도 오후 10시까지 근무에 선뜻 동의할 교사가 얼마나 될까? 요즘 공무원 입사동기를 보면, 1순위가 칼퇴근이다. 퇴근 후 자기개발을 위하여 많은 시간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을 교원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덕성여중 김 교장은 이를 '교원의 솔선수범'이라고 했다. 교장의 근무시간도 오전 7시 출근해 오후 11시 퇴근한다는 것이다. 상식선에서도 솔선수범이라는 점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진정 이러한 생각을 갖고 근무하는 교사가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이다.  학교장은 교사들의 행복한 생활을 보장하는 근무여건 개선에도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하루 15시간 근무여건을 과연 공립학교에서는 가능할 것인가?

워싱턴의 미셀 리도 교장과 교사의 지도성과 책임성은 강조하고,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향상시키지 못하는 교사는 우선 퇴출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러한 교육감의 리더십에 교사들은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꾸준한 자기개발과 교수-학습지도방법을 개선하게 되었다.  

사교육 극복의 관건은 사교육 못지않은 질 높은 수업을 제공하려는 교사의 열정과 노력에 달려 있다. 교사 스스로 자기의 전문성을 높이고 교과에 대한 실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그렇다고 교사 개인의 열정과 노력에만 기댈 수는 없다. 교사가 교육에 헌신할 수 있도록 교사의 사기를 진작시켜 주어야 하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교사에 대한 체계적 행, 재정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이 같은 학교의 교육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학교장에게 교원의 인사권과 재정권이 함께 주어질 때 가능하다. 학교장이 예산집행 권한을 확대해야 학교여건을 융통성있게 개선할 수 있고, 교원의 인적자원을 부분적이나마 선택할 권한을 주어야 장기적인 학교발전계획을 수립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학교장의 권한하에서는 학교장의 기본적인 소신도 발휘할 수 없다.

그리고 방과 후 수업이 학교교육의 본질은 분명히 아니다. 방과 후 교육은 학교교육을 보완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못 방과 후 교육이 학교의 주교육으로 변할지 않을까하는 걱정이다. 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수요자의 자비부담으로 하는 교육은 사교육과 별다름이 없다. 다만 장소가 학원이 아니라 학교라는 것을 제외하곤......

학교는 학생이 주인이므로 학생의 학교삶의 질도 생각해야 한다. 몇 명의 학생이 명문학교에 진학했다고 반드시 성공적인 학교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공교육은 전체 학생이 학교생활에 만족하고 자신의 특성 찾아 미래의 꿈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해야 한다. 1년 단위로 평가하고 그 순위로 줄세워서는 더욱 안된다. 이러한 의식이 개선되지 않은한 사교육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교육은 정상적인 학교교육과정 안에서 공교육의 정상화를 찾아야 된다.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는 사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보다 우수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 이 같은 우수한 교사들에게 잘 가르치는 수 있도록 사명과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지원책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공교육의 정상화는 궁극적으로 교사의 자질 향상을 통해 정규수업의 질을 높여야 한다. 그게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바로 세우는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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