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의 정기(正己)편에 이런 말이 나온다. “勿以貴己而賤人(물이귀기이천인) 하고 勿以自大而蔑小(물이자대이멸소)하라-내 몸이 귀하다고 해서 남을 천시하지 말고 자기가 크다고 해서 작은 것을 업신여기지 말라는”는 말이다. 이 말은 태공(太公)께서 하신 말씀이다. 태공께서는 자기를 세우는 법 중의 하나가 남을 세우는 것임을 일찍 깨달은 분이시다.
강태공께서는 남과의 관계를 바로 세우지 않고서는 자기를 세울 수가 없음을 알았다. 자신이 배우면 배울수록 교만지는 것을 알고 겸손해지려고 애를 많이 썼다. 자신이 배워 이름을 날리게 되고 귀한 몸이 되니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이 생기니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을 많이 하셨다. 자신을 낮추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귀하게 되면 될수록 남을 천시여길 가능성이 있기에 자신을 낮추는 연습을 하였다.
태공 자신은 높아질 때 낮아지는 연습을 부지런히 하였다. 자기가 귀하게 여겨질 때 남을 귀하게 여기는 연습을 하였다. 자기가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애를 많이 썼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기를 지키고 자기를 세우고 자기를 바르게 하는 길임을 알았다. 하지만 주위의 높이 되는 사람을 볼 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기가 귀하게 된다고 남을 천하게 여기는 것이 못마땅해 보였다. 자기들이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하여 남을 업신여기는 것이 안타까웠다. 자기들이 대접받는 자리에 있다고 하여 남을 푸대접하는 것이 안쓰러웠다.
그래서 태공께서는 勿以貴己而賤人(물이귀기이천인)하라고 하셨다. 나를 귀하게 여김으로써 남을 천하게 여기지 말라고 하셨다. 자기가 귀하게 여겨질 때 남도 귀함을 알아야 한다. 자기가 높은 자리에 있다 할 때 남도 그러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자기가 대접받는 자리에 있을 때 남도 귀하게 여김을 받을 자리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즉 빈부귀천에 관계없이 모두가 동등하고 평등함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자신이 귀하다고 남을 천하게 보는 것은 결국 자신을 천하게 만드는 것이 되고 만다. 자신이 높다고 스스로 나타내면 머지않아 자신이 낮아지게 되고 만다.
자신이 스스로 크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설령 자신이 크다고 여겨지면 자신의 눈을 낮춰야 한다. 자신이 크게 느껴지면 다른 사람이 작게 느껴진다. 다른 사람이 작게 느껴지면 다른 사람을 작은 것으로 인해 업신여기게 된다. 그렇게 하면 자기는 더 작아지고 더 업신여김을 받게 되고 만다. 이런 원리를 깨달은 분이 강태공이었다.
자신을 뽐내면서 다른 사람은 업신여기고 자신을 높이면서 다른 사람을 멸시하고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착각하고 다른 사람을 얕잡아 보고 자신을 귀한 사람처럼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헌신짝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는 거만에서 나오는 것이요 교만에서 나오는 것이다.
인격과 수양을 높이 쌓을수록 남을 높일 줄 안다. 자신을 낮출 줄 안다. 자신의 교만의 안다. 남의 겸손도 안다. 자신의 교만은 보이지 않고 남의 교만만 눈에 보이면 그것은 경고의 붉은 신호등이다. 자신의 교만도 보이고 남의 교만도 보이면 그것은 좀더 기다리면서 자신을 고쳐나가라는 자제의 노란 신호등이다. 자신의 겸손도 보이고 남의 겸손도 보이면 그 때는 안심 놓고 달려가도 좋은 푸른 신호등이다.
붉은 신호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자신을 크게 하고 다른 사람을 작게 하는 것도 붉은 신호등이다. 자신을 큰 사람으로 착각하고 다른 사람을 작은 사람으로 착각하는 것도 붉은 신호등이다. 노란신호등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니 조금 낫다. 완전히 자신을 되돌아 볼 여유가 생겨야 푸른 신호등이 된다. 안전사고 없이 달릴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