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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명심보감의 훈자편에 “남년장대(男年長大)어든 막습낙주(莫習樂酒)하고 여년장대(女年長大)어든 막령유주(莫令遊走)라”는 말씀이 나온다. 즉 ‘아들이 장성하고든 음악과 술을 익히게 하지 말고, 딸이 장성하거든 놀러다니지 못하게 하라’는 말씀이다.

요즘 21세기에는 통하지 않는 말이지 않느냐? 너무 심한 말이 아니냐? 시대에 뒤떨어진 말이라고 하면서 그 말씀을 멀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말씀 속에도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보게 된다.

아들이 나이가 들면 단순히 음악을 익히지 말고 술을 익히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니다. 요즘 유치원 가면 처음으로 배우는 게 음악 아닌가? 노래와 춤 아닌가? 그런데 음악을 익히지 말라니? 여기서 말하는 악(樂)은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배우는 음악을 익히지 말라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말하는 악(樂)은 술에 취해 부르는 노래를 말하는 것이다.

요즘 중간고사 시즌이다. 이 때즘 되면 학생들은 이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시험이 끝나면 그만 일상 학교생활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학생들이 해서는 안 될 술집에 가기도 하고 술 한 잔 마시고는 학생들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술에 취해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고 어른들이 하는 것처럼 노래하며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청소년의 때는 어느 때보다 자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술을 마시면 지나치게 되고 도가 넘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위험에 빠진다.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른다.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술마시고 즐기는 것을 익히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男年長大 莫習樂酒, 女年長大 莫令遊走” 대구로 이루어져 있다. 樂酒와 遊走가 대칭을 이룬다. 대구를 이룰 때는 한자(漢字)의 문장성분도 대칭을 이루게 되어 있다. 遊走가 ‘놀러다니다’이다. 한자어 둘 다 서술형태다. 그렇기 때문에 樂酒도 ‘음악과 술’로 해석하기보다는 ‘즐겁게 술마시다’의 서술형태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니 즐겁게 술마시는 것 익히면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가 있는 것이다. 

공부하는 것을 즐기고 책을 읽는 것 즐기고 운동하는 것 즐겨야지 술마시는 것 즐겨서는 안 된다. 莫習樂酒(막습낙주)가 학교에서 음악공부하고 집에서 노래하고 하는 것을 즐기지 말라는 뜻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술 마시는 것 즐기지 말라는 뜻이니 이 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딸이 장성하거든 놀러다니지 못하게 하라고 하는 말씀은 시험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쓸데없이 나돌아 다니지 말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건강관리를 위해 등산도 해야 되고 산보도 해야 되고 바람도 쐬야 한다. 하지만 할 일 없이 삼삼오오 모여서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

아무 뚜렷한 목적없이 돌아다니고 나면 어떻게 되나? 남는 것은 공허과 허탈, 허전함뿐이다.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부분 잃는 것뿐이다. 시간 잃고 돈을 잃고 마음을 잃고 중심을 잃게 된다. 괜히 흔들릴 뿐이고 학교생활의 안정을 가져오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할 일 없이, 아무 목적 없이 밖으로 나다녀서는 안 된다.

莫令遊走(막령유주)는 노는 것 좋아하지 말고 친구들과 어울려 쓸데없이 수다나 떨지 말고 그 시간을 자기관리를 위해 잘 활용하라는 뜻이다. 여학생들이 할 일 없이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것이 보기 좋을 리 없다. 여가가 있으면 그 시간에 자신을 다듬어 나가야 한다. 건강관리를 위해서 등산을 하는 것도 좋다. 마음관리를 위해 독서를 하는 것도 좋다. 중간고사를 치른 후의 시간 관리를 적절히 잘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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