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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즐기면서 공부해라

맹자의 양혜왕장구상(梁惠王章句上) 2장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어느 날 맹자가 양의 혜왕을 만났을 때 왕은 연못가에 서 있었다. 좌우에 있는 기러기와 사슴떼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어진 사람도 역시 이런 것은 즐겨합니까?(賢者亦樂此乎?현자역락차호)라고 물었을 때 맹자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진 자라야 이런 것을 즐겨한다. 어질지 못한 자는 이런 것을 가지고 있어도 즐길 줄을 모른다.(賢者而後樂此, 不賢者雖有此, 不樂也.(현자이후락차,불현자수유차,불락야)

맹자께서는 현자의 즐거움에 대하여 가르치셨다. 왕께서는 맹자를 현자(賢者)라고 불렀다. 賢者(현자)는 어진 사람이라고 보통 말하는데 여기서는 어진 사람보다 현명한 사람,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 더 낫다. 배움을 끊임없이 하는 자라 할 수 있다. 가르치는 자라 할 수 있다.

양혜왕은 배우는 이는 배움에 찌들려 즐기는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를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맹자의 가르침은 예상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나라를 다스리는 여유가 있는 자만 자연과 주위의 환경을 보고 즐기는 줄 알았지만 맹자께서는 배우는 자만이 주위의 자연과 환경을 보고 즐거워한다고 하였다. 한 수 위였다.

좌우에 있는 연못이나 공중에 날아다니는 기러기떼와 넓은 초원에서 뛰어다니며 노는 사슴떼를 보면서 즐거워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안타깝겠는가? 그런데 왕은 다행히 그런대로 자연을 즐기며 주위 환경에 만족하며 즐겁게 살았던 것이다. 왕혜왕은 자기만이 즐기는 것으로 여겼다. 학문에 힘쓰는 자는 즐기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맹자께서는 배움에 몰두하는 자가 오히려 주위의 자연과 주위 환경을 보면 즐길 줄 안다고 하신 것이다.

이 내용 중에는 배움에 임하고 있는 이들에게 한 가지 교훈을 하고 있다. 아무리 배움으로 인해 힘이 들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하더라도 항상 주위의 환경을 바라보면서 즐기라는 것이다. 푸른 산을 보면서 즐기기도 하며 하늘에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며 즐기기도 하라는 것이다. 푸른 하늘이 수놓은 아름다운 그림을 보면서 즐기라는 것이다.

푸른 잔디를 보면서 즐기라는 것이다. 바람을 느끼면서 즐기라는 것이다. 흐르는 시냇물을 보면서 즐기라는 것이다. 뛰노는 물고기를 보면서 즐거워하라는 것이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서 즐거워하라는 것이다.

내 앞에 주어진 모든 일들에 대해서도 즐거워하라는 것이다. 피할 수 없을 바에야 즐기면서 하라는 말씀은 맹자께서 처음으로 하신 말씀이 아닌가 싶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힘들어도 보람 속에 즐기면서 가르쳐야 함을 잘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도 억지로 하지 말고 즐기면서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배우는 이는 賢者(현자)다. 가르치는 이도 賢者(현자)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기에 주위의 모든 환경과 여건을 보면서 불평할 것이 아니고 즐거워해야 한다. 자연을 보고서도 즐거워해야 하고 삼라만상(森羅萬象)을 보면서도 즐거워해야 한다. 뛰노는 모든 생물을 보면서도 즐거워해야 한다.

나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서도 즐거워해야 한다. 무슨 일이든지 만족하며 즐거워해야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하는 일마다 즐기면서 한다. 공부도 그렇고 책 읽는 것도 그렇고 운동도 그렇다. 가르치는 것도 그렇고 영화를 보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지혜롭지 못한 이는 하는 일마다 즐기지 못한다. 공부도 힘들다. 운동도 힘들다. 책 읽는 것도 힘들다. 가르치는 것도 짜증스럽다. 배우는 이나 가르치는 이는 모두가 賢者(현자)이지 不賢者(불현자)가 아니다. 학교생활에 만족하며 즐기면서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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