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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사교육 줄이는 해법 어디서 찾아야 하나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말쯤 가면 거의 100%에 가까운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 배경은 사교육을 없애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안선회 미래기획 자문위원이 대통령의 정책 구상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즉 입학사정관제는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둘은 상반된 정책이었지만, 사교육이 팽창하는 현실을 걱정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맥락이 같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구상에는 모두 맹점이 있다. 우선 대통령의 발언은 현실성에 의문이 가기 때문에 학교 현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대통령의 말이 나간 후 정부 관계자는 입학사정관제의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했지만, 대통령의 말은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우려가 있다.

과거 문민정부 시절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에 간다.’는 교육 개혁을 단행했다. 수능이라는 잣대로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줄 세우기’를 하자는 발상이었다. 이 정책은 궁극적으로는 옳았으나 결국 실패했다. 취지와는 달리 교육 현실에서 부작용이 속출했고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과 교사에게 돌아갔다.

마찬가지로 거의 100%에 가까운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또 현재 추진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는 말 그대로 대학생을 뽑기 위한 입시 정책이다. 이도 또한 대학의 다양한 입시 정책의 일부이다. 이러한 입학생 선발 방식이 그대로 고교 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더욱 입학생을 우수한 인재를 뽑는 것도 아니고,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있도록 하겠다.’니 위험하기 짝이 없는 제도다.




아울러 대통령의 정책 구상에 반기를 든 안 위원의 주장도 검토가 필요하다. 안 위원은 ‘입학사정관제는 현 정부의 사교육 감소 노력과는 반대로 사교육 증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서 그는 ‘입학사정관제 확대 추진보다 대학 모집 단위별 특성화와 고교 교육의 다양화, 공정성․신뢰성 제도, 학생부 기록 방식 개선, 학교 컨설팅 연구소와 전문가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안 위원의 지적은 타당성이 있고, 대안도 구체적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하지만 안 위원의 주장도 간과한 사실이 있다. 이 대통령의 정책과 마찬가지로 사교육을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은 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정책이나 대안이 잘못되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가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했던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과외가 벌써 성행하고 있는 것처럼, 안 위원의 정책에 영합하는 사교육이 성행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회 시스템이다. 즉 우리 사회는 학력 중심의 의식이 깊게 뿌리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근대 교육 도입 이래 대학을 그것도 소위 명문 대학에 졸업해야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세칭 명문대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그 후광으로 결혼도 좋게 하는 것이 인생의 성공처럼 인식되어 있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에서는 사교육이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부모의 권리가 되어버렸다.

맹목적인 학벌 중심의 사회는 특성화 대학 하나도 없는 현실에서도 나타난다. 경쟁력 있던 지방 대학조차도 모두 지방에 있는 대학으로 전락했다. 전국의 모든 대학이 서울을 중심으로 서열화 되는 기현상을 낳았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학벌주의에 찌든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입시 정책은 사교육을 잡을 수 없다. 지금 사교육의 문제는 교육의 다양한 정책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 개선에서 찾아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의 인재 발굴 구조를 바꾸는 등의 작업이 절실하다. 매스컴도 유명 대학에 입학한 학생 수로 고등학교를 평가하는 풍조를 버리지 않는 한 사교육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일관성 부재도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는 원인이 된다. 현 정부는 출범 초부터 ‘영어 몰입 교육’, ‘수능에서 영어 제외’ 방침 등 설익은 정책으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했다. 게다가 ‘국제중’부터 ‘자율형 사립고·기숙형 공립고’ 등 학력 중심의 학교를 신설하고 있다. 그리고서는 이제 와서 ‘성적을 무시하고 면담으로 대학을 가는 입시’ 제도를 내놓으니 헷갈린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출범 초기에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나왔지만, 지금은 또 임기 내에 100% 입학사정관제로 간다는 강제적 훈령을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혼란은 결국 정부에 대한 학부모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사교육에 매달리는 원인이 된다.

우리 사회에서 ‘사교육 없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교육 형태는 요원한 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교육을 줄이는 해법은 있다. 그 정답은 공교육에 있다. 공교육 강화가 사교육을 줄이는 길이다. 정부는 늘 공교육 강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교육에 대한 시각은 오히려 공교육을 위축시킨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학생과 학부모가 중심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 들어서는 정부는 등장 때마다 교육을 통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지금 공교육은 동네 사교육과 비교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 있다. 특히 과밀 학급은 학교에서 행해지는 모든 교육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아무리 훌륭한 교육 정책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다. 학급당 학생 수 1명도 못 줄이면서 정책과 규제만 난무한다면 우리 모두가 피로감만 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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