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등산을 좋아하는 교육동지들과 함께 관악산을 올랐다. 하산은 안양유원지를 통해 내려왔다. 지금은 안양예술공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는데 골짜기 계곡물이나 그늘이 있는 곳이면 피서객들로 꽉 차 있다.
강원도 출신인 한 동료가 말한다. 문득 40년전 학창시절 피서 모습이 생각난디고. 필자는 수원천에서 멱 감던 모습이 떠오른다. 여름철 하교길 화홍문에서 물놀이를 하면서 더위를 식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60년대말과 지금 계곡에서의 피서 모습 어떻게 다를까?
첫째, 피서 구성단위가 과거엔 친구 단위였지만 지금은 가족 단위다. 과거엔 피서, 멱감기, 놀러가는 단위가 또래친구 위주였다. 무전 여행 경험 사례는 가히 무용담이었다. 그 당시는 친구들과의 놀이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지금은 가족 단위다. 계곡에는 부모와 자식으로 구성된 핵가족이 가장 많이 보인다.
둘째, 피서 복장이 다르다. 과거엔 팬티만 겨우 입은 벌거숭이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옷을 입고 수영을 하거나 피서를 즐긴다. 아마도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려는 것인가 생각된다. 과거엔 수영복을 제대로 갖추어 입은 사람이 드물 정도였다. 지금은 수영복을 입지 않고 반바지 평상복으로 계곡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힌다.
셋째, 요즘엔 장비도 다르다. 눈에 띄는 것이 텐트, 튜브다. 텐트 속에서 휴식을 취해 가면서 물놀이를 즐긴다. 과거엔 타이어 속에 있는 검은색 튜브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것도 아무나 가질 수 없었다. 요즘엔 으례 놀러가면 텐트와 돛자리를 챙긴다.
넷째, 음식물 준비가 다르다. 과거엔 가난 때문에 수영하면서 먹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고 있는 집에서는 참외 정도 먹었었다. 지금은 경제 사정과 관계없이 가족단위 음식물 준비가 철저하다. 밥, 반찬은 물론이거니와 여러 곳에서 불고기 냄새가 진하게 풍겨온다.
도심지 계곡에 피서인파가 넘쳐나는 것을 보면 그 때나 지금이나 서민들은 알뜰 피서를 즐기고 있다. 멀리 가지는 못하고 아이들 피서 성화에 피서 흉내는 내야겠고 하니 가까운 계곡을 찾는 것이 아니겠는가?
과거엔 '피서'하면 떠오르는 것이 즐거움, 아름다운 추억이었는데 요즘엔 혹시 마지못해 하는 연례행사, 돈 낭비, 고생길 정도가 아닌지? 피서는 꼭 가야만 하는 것인가부터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