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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손목’과 ‘팔목’

‘손목’과 ‘팔목’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전을 검색하면, ‘손목’은 ‘손과 팔이 잇닿은 부분’으로 설명하고, ‘팔목’은 ‘팔과 손이 잇닿는 팔의 끝 부분’이라고 하고 있다. 결국 ‘손목’과 ‘팔목’은 같은 의미다. 실제로

○ 손목에 좋은 운동
○ 손목에 상당한 무리가 가는 운동
○ 손목터널증후군이란 쉽게 말해 손으로 가는 힘줄과 신경, 혈관들이 손목의 좁은 부분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압박을 받아 발생하는 마비 증상이다.○ 테니스엘보가 생기면 수일간 팔목에 무리가 되는 동작을 삼가야한다.
○ 팔목이나 손을 많이 사용하면서 정중 신경이 압박을 받아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팔목터널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이라고 하는 것처럼, ‘손목’이나 ‘팔목’을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이는 영어에서도 ‘a wrist’라고 같은 의미로 말한다.
그런데 이도 상황에 따라서는 구별되는 경우가 있다. 우선 ‘손목’에 차는 시계는 ‘손목시계’라고 한다. ‘팔목시계’나 ‘팔뚝시계’는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단수 표준어 제25항-의미가 똑같은 형태가 몇 가지 있을 경우, 그 중 어느 하나가 압도적으로 널리 쓰이면, 그 단어만을 표준어로 삼는다.). 그 예로 ‘고치다(낫우다×), 까다롭다(까닭스럽다, 까탈스럽다×), 담배꽁초(담배꽁치, 담배꼬투리×), 떡보(떡충이×), 부스러기(부스럭지×), 붉으락푸르락(푸르락붉으락×), 샛별(새벽별×), 선머슴(풋머슴×), 속말(속소리×), 안절부절못하다(안절부절하다×), 알사탕(구슬사탕×), 애벌레(어린벌레×), 주책없다(주책이다×), 쥐락펴락(펴락쥐락×)’ 등이 있다. 여기서 괄호 안에 있는 단어는 틀린 표기로 단수 표준어만 인정한다.

전광용의 소설 ‘꺼삐딴리’에서도 ‘양쪽 팔목에 손목시계를 둘씩이나 차고도 만족이 안가 자기의 회중시계까지 앗아 가는 그 병정의 모습을 머릿속에 똑똑히 되새겨 갈 뿐이다.’라고 해서 팔목에 차지만, 손목시계라고 구체적으로 쓰고 있다. 반면, 똑같은 곳에 착용해도 팔찌는 팔목에만 착용한다는 개념으로 말한다. 팔찌에 대한 국어사전 풀이를 보면, ‘팔찌’는 ‘팔목에 끼는 금ㆍ은ㆍ옥ㆍ백금ㆍ구리 따위로 만든 고리 모양의 장식품’이라고 해, ‘팔목에 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구분은 뚜렷한 언어적 규칙에 의한 것은 아니다. 발음하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것을 사용하다보니 굳어진 것이라고 하겠다. 결국 언중도 모르게 형성되어 있는 사고의 틀과 정서에 의해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손목’과 ‘팔목’의 ‘-목’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가 막연하게 추정할 수 있는 것이 다음의 ‘목’이다.

‘목’
1. 척추동물의 머리와 몸통을 잇는 잘록한 부분.
2. 목구멍.
3. 목을 통해 나오는 소리.
4. 어떤 물건에서 동물의 목과 비슷한 부분.
5. 자리가 좋아 장사가 잘되는 곳이나 길 따위.
6. 통로 가운데 다른 곳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중요하고 좁은 곳.

여기서도 이 ‘목’과 ‘손목’과 ‘팔목’에 사용된 ‘-목’의 의미를 정확히 대응시키기는 것은 쉽지 않다. ‘목’을 속되게 이를 때, ‘모가지’라고 하고, 또한 ‘손목’과 ‘팔목’을 속되게 이를 때, ‘손모가지’, ‘팔모가지’라고 이르는 것으로 유추가 가능할 뿐이다. 즉 ‘목’이 다의적 의미를 띠고 있는 것으로 넓게는 어원이 같다고 보는 것이다.

‘손과 팔이 잇닿은 부분’을 ‘손목’ 혹은 ‘팔목’이라고 하듯, ‘다리와 발이 잇닿는 부분’을 ‘발목’이라고 한다. ‘발목까지 오는 신/발목이 부러지다./발을 헛디뎌 발목이 삐었다./홍수가 나서 발목까지 물이 찼다.’라고 한다.
그러면 여기서도 호기심이 생긴다. 혹시 ‘손목’의 동의어로 ‘팔목’을 사용하듯, ‘발목’과 함께 ‘다리목’은 사용하지 않을까. ‘다리목’은 사용하지 않는 말이다. 음절수가 길어지니 굳이 동의어로 사용할 필요가 없었나보다.
하지만, ‘다리로 들어서는 어귀’라는 의미의 ‘다리목’은 사용하고 있다.

- 두 사람은 헌병 지프 앞을 지나 다리목 왼쪽의 얕은 강둑으로 내려갔다(홍성원, ‘육이오’)
- 천변 길로 영도교 다리목에 왔을 때 앞장선 이봉학이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홍명희, ‘임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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