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치다’와 ‘받치다’는 어떻게 구분해야 하나. 곰곰이 생각하지 않으면 실수할 수 있는 문제다.
‘바치다’1. 신이나 웃어른에게 정중하게 드리다. - 새로 부임한 군수에게 음식을 만들어 바쳤다. 2. 반드시 내거나 물어야 할 돈을 가져다주다. - 관청에 세금을 바치다.3. 무엇을 위하여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놓거나 쓰다. - 평생을 과학 연구에 몸을 바치다.
‘받치다’(1) 1. 먹은 것이 잘 소화되지 않고 위로 치밀다. - 아침에 먹은 것이 자꾸 받쳐서 아무래도 점심은 굶어야겠다. 2. 앉거나 누운 자리가 바닥이 딴딴하게 배기다. - 맨바닥에서 잠을 자려니 등이 받쳐서 잠이 오지 않는다.3. 화 따위의 심리적 작용이 강하게 일어나다. - 그녀는 감정이 받쳐서 끝내는 울음을 터뜨렸다.
‘받치다’(2) 1. 어떤 물건의 밑에 다른 물체를 올리거나 대다. - 쟁반에 커피를 받치고 조심조심 걸어오던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2. 겉옷의 안에 다른 옷을 입다. - 양복 속에 두꺼운 내복을 받쳐서 입으면 옷맵시가 나지 않는다.3. 옷의 색깔이나 모양이 조화를 이루도록 함께 하다. - 이 조끼는 무난해서 어떤 셔츠에 받쳐 입어도 다 잘 어울린다. 4. 한글로 적을 때 모음 글자 밑에 자음 글자를 붙여 적다. - ‘가’에 ‘ㅁ’을 받치면 ‘감’이 된다. 5.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다. - 배경 음악이 그 장면을 잘 받쳐 주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훨씬 감동적이었다. 6. 비나 햇빛과 같은 것이 통하지 못하도록 우산이나 양산을 펴 들다. - 아가씨들이 양산을 받쳐 들고 거리를 거닐고 있다.
‘바치다’는 ‘윗사람에게 물건을 드리다.’ 또는 ‘무엇을 위하여 모든 것을 내놓거나 쓴다.’는 의미의 타동사이다. 그 예로 ‘절에다 공양미 삼백 석을 바쳤다./나라와 겨레를 위하여 목숨을 바쳤다./그 일에 온갖 정성을 다 바친다.’라고 쓴다.
반면 ‘받치다’는 자동사로 ‘먹은 것이 잘 소화되지 않고 위로 치밀’거나 ‘화 따위의 심리적 작용이 강하게 일어날’ 때 쓰는 말이다. 예를 들어 ‘아무런 느낌도 없었으나 생목이 울컥 받쳐 올랐다./그는 설움에 받쳐 울음을 터뜨렸다.’라고 쓴다.
뿐만 아니라, ‘받치다(2)’는 타동사로 ‘껴 넣다.’나 ‘대거나 괴다.’ 등 다양하게 쓰인다. ‘학생들은 공책에 책받침을 받치고 쓴다./스커트에 받쳐 입을 마땅한 블라우스가 없어 쇼핑을 했다.’가 그 예다.
참고로 ‘받히다’라는 동사가 있다. 이는 ‘받다’의 피동사로, ‘마을 이장이 소에게 받혀서 꼼짝을 못한다./어제 길을 가다가 자전거에 받혀서 다리를 다쳤다.’라고 쓴다. 또 ‘밭다(건더기와 액체가 섞인 것을 체나 거르기 장치에 따라서 액체만을 따로 받아 내다. 술을 밭다/젓국을 밭다.)’를 강조하여 이르는 말로 ‘밭치다’라는 말을 쓴다. 이는 ‘젓국을 밭쳐 놓았다./술을 밭쳤다.’라고 사용한다.
‘바치다’와 ‘받치다’를 구별하면서, ‘바치다’는 단일어이고, ‘받치다’는 ‘받다’라는 어간 뒤에 강조’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치-’가 붙은 말이고 설명하는 것을 보았다. 이는 잘못된 분석이다. 간단한 예로 ‘남자 친구에게서 생일 선물을 받다./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받아 국가를 운영한다./막내로 집에서 귀염을 받다./수학 시험에서 100점을 받다/날아오는 공을 한 손으로 받다.’라는 문장에서 ‘받다’를 ‘받치다’로 바꾸면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받다’와 ‘받치다’를 일방적으로 관련 있는 말이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