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추다’와 ‘맞히다’도 혼란스럽다. 특히 둘은 어원이 ‘맞다’로 동일하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의미를 알 수 있다. 다음 문장을 보면,
(1) 퀴즈 맞추면 영화 예매권 50매 증정, 아카데미 수상작을 맞춘 참가자에게 추첨을 통해 영화 예매권을 증정할 계획이다. (2) 모든 목표물을 빠르고 정확하게 맞출 것. 머리나 몸통을 맞추면 보다 높은 점수를 얻습니다.
(1)에서 ‘맞추다’는 ‘대상끼리 서로 비교할’ 때 쓰는 표현이다. 정답을 골라낸다는 의미는 ‘맞히다’이다. 따라서 ‘퀴즈 맞추면’은 옳지 않은 표현이다. 퀴즈에 옳은 답을 대는 것으로 ‘퀴즈 맞히면’이 옳은 표현이다. ‘수상작을 맞춘’도 답을 찾는 것이니, ‘맞힌’이라고 써야 한다. (2)에서 ‘목표물을 빠르고 정확하게 맞출 것’도 목표물에 바로 맞게 하는 뜻은 ‘맞히다’를 쓴다. ‘뒤에 몸통을 맞추면’도 동일하다.
‘맞추다’와 ‘맞히다’를 사전을 통해 보면, ‘맞추다’1. 서로 떨어져 있는 부분을 제자리에 맞게 대어 붙이다.- 문짝을 문틀에 맞추다. 2. 둘 이상의 일정한 대상들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여 살피다. - 나의 업무는 물품 대장과 물품을 일일이 맞추어 확인하는 것이다. 3. 서로 어긋남이 없이 조화를 이루다.- 사랑은 서로 마음을 맞추어 가는 것이다. 4. 어떤 기준이나 정도에 어긋나지 아니하게 하다. - 대학 선택은 점수보다 자신의 적성에 맞추어야 한다. 5. 어떤 기준에 틀리거나 어긋남이 없이 조정하다.-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다. 6. 다른 어떤 대상에 닿게 하다. - 아내에게 입을 맞추다.
‘맞히다’ 1. 옳은 답을 대다(‘맞다’의 사동사).- 정답을 맞히다. 2. 자연 현상에 따라 내리는 눈, 비 따위의 닿음을 받다(‘맞다’의 사동사).- 비를 맞히다. 3. 어떤 좋지 아니한 일을 당하다(‘맞다’의 사동사).- 여자에게 바람을 맞히다. 4. 침, 주사 따위로 치료를 받다(‘맞다’의 사동사).- 아이의 엉덩이에 주사를 맞히다. 5. 과녁이나 목표물에 바로 맞게 하다(‘맞다’의 사동사). - 화살이 적장의 어깨를 맞혔다.
‘맞추다’는 ‘보조를 맞추다./시간에 맞추어 전화를 하다./주파수를 맞추다./알람을 맞추다./줄을 맞추다./비위를 맞추다./안경을 맞추다./양복을 맞추다.’ 등으로 쓴다. ‘맞히다’는 ‘맞다’의 사동사이다. 이는 ‘퀴즈를 정확하게 다 맞히면 기념품을 보내 드립니다./빨래를 걷지 않고 와서 비를 맞히고 말았다./이렇게 추운 날 여자에게 바람을 맞히다니, 용서할 수 없다./어린아이에게는 주사를 맞히기가 힘들다./한국 양궁 선수가 과녁에 정확히 화살을 맞혔다./매를 맞히다.’ 등으로 사용한다.
‘맞추다’와 ‘맞히다’는 두 대상 사이의 관계를 말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맞추다’는 두 대상을 서로 비교해서 기준에 틀리거나 어긋남이 없이 일치시키는 의미를 띈다. 반면 ‘맞히다’는 대상과 대상 사이에 의도가 개입되어 의도자의 행위가 실현된다.
‘맞히다’와 ‘마치다’도 구분해서 써야 한다. ‘마치다’는 자동사로 쓰일 때는 1. 무엇을 박을 때, 속에서 무엇이 받치다.- 말뚝을 박는데 무언가 딱딱한 것이 마치었다. 2. 몸의 어느 부분이 결리다. - 하루 종일 등짐을 날랐더니 어깨가 쑤시고 마치었다 반면 타동사로 쓰면 1. 어떤 일이나 과정, 절차 따위가 끝내다.- 임기를 마치다. /대학을 마치다/목이 메어 말을 채 마치지 못했다. 2. 사람이 생(生)을 더 누리지 못하고 끝내다.- 그는 고향에 돌아가 여생을 마치려 했다.
‘마치다’의 준말은 ‘맟다’이다. 여기에서 ‘마침’이라는 명사가 만들어졌다. ‘맞히다’는 ‘맞다’의 사동사로, 옛말이 ‘마치다’이다. ‘맞추다’는 ‘맞-’과 ‘-호-’가 만나서 이루어진 단어다. 이는 ‘마초다’로 변했다가 ‘맞추다’로 형성된 단어다. ‘맞춤/맞춤법/맞춤하다’도 뿌리가 같은 단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