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나타내는 표현이 다양하다. 특히 우리는 오랫동안 한자 문화권에 살았기 때문에 한자로 표현한 경우가 많다.
일단 ‘나이’부터 한자어 표현이 다양하다. ‘연령(年齡). 연세(年歲). 연치(年齒). 춘추(春秋), 享年(향년)’ 등. 그러나 여기에도 미세한 의미 차이가 있다. 대개 고유어와 한자어는 ‘말 - 언어(言語), 나라 - 국가(國家), 사람 - 인간(人間), 삶 - 인생(人生), 봉사 - 맹인(盲人), 꽃 - 화(花)’ 등으로 대응하지만, ‘나이’는 그대로 대응하지 않는다. 즉 ‘나이’는 어린 사람에게는 어울리는 표현이지만, 어른에게는 ‘연세’ 등 한자어로 표현해야 자연스럽다.
‘나이’와 관련해서는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 자주 거론된다. 공자는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15세를 ‘지우학(志于學)’ 혹은 ‘지학(地學)’이라 했다. 30세를 ‘이입(而立)’, 40세를 ‘불혹(不惑)’, 50세를 ‘지천명(知天命)’, 60세를 ‘이순(耳順)’이라고 했다. 나이 70세는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좇았으되, 법도를 넘어서지 않았다고(칠십이종심소욕 불유구-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해 ‘종심(從心)’이라고 했다.
나이를 표현하는 말로 ‘충년(沖年)’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열 살 안팎의 어린 나이를 뜻한다. 16세를 ‘이팔청춘’이라고 한다. 이는 ‘16세 무렵의 꽃다운 청춘 또는 혈기 왕성한 젊은 시절’을 일컫는다. 이 나이는 노년의 길목으로 가는 사람이 가장 많이 그리워한다. 세월을 많이 산 사람들은 ‘마음은 아직 이팔청춘’이라며 지나간 젊음을 아쉬워한다.
18세를 ‘방년(芳年)’이라고 한다. 하지만 꼭 18세를 지칭하지만 않는다. ‘방년’은 ‘이십 세 전후의 한창 젊은 꽃다운 나이’를 지칭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방춘(芳春), 방기(芳紀), 방령(芳齡), 묘령(妙齡), 묘년(妙年)’은 모두 이십 세 전후의 한창 젊은 꽃다운 나이를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은 이 모두는 여자의 나이를 지칭할 때만 쓴다.
20세 안쪽의 남자 나이는 ‘약관(弱冠)’이라고 한다. 이는 ‘예기(禮記)’에서 유래한 말로, 남자 나이 20에는 ‘성인례(成人禮)인 관례(冠禮)를 치르고 갓을 썼다는 뜻’이다. 인생의 황혼기를 지칭하는 60세는 ‘이순’ 외에도 ‘육순(六旬)’이라고 한다. 그런데 ‘육순’과 ‘환갑’은 다르다. ‘환갑(還甲)’은 ‘태어난 해의 갑자(甲子)가 다시 돌아온다는 뜻’으로 61세 되는 생일이다. 다른 말로 ‘화갑(華甲), 회갑(回甲)’이라고도 한다. 또 ‘진갑(進甲)’은 ‘환갑(還甲)에서 한 해 더 나아간다는 뜻으로 환갑의 이듬해’다. 숫자로 표현하면 62세다.
나이 70을 ‘칠순(七旬)’이라 한다. 공자는 70을 ‘종심(從心)’이라 하고, 두보는 그의 시에서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일흔 살을 산 이는 예로부터 드물었다.)’라고 했다. 여기서 70을 ‘고희(古稀)’라고 일컫는 말이 생겼다. 마찬가지로 80세를 ‘팔순(八旬)’, 90세를 ‘구순(九旬)’이라 한다.
그 외 나이를 일컫는 말은 71세는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라고 해서 ‘망팔(望八)’이라고 한다. 77세는 ‘희수(喜壽)’다. 이는 한자 ‘희(喜)’의 초서체가 ‘七十七’을 합쳐 놓은 것과 비슷한 데서 유래했다. 81세는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라는 뜻으로 ‘망구(望九)’라고 한다. 88세를 ‘미수(米壽)’라고 하는데, 한자 ‘미(米)’를 파자(破字)하면 ‘八十八’이 되는 데서 유래했다. 91세를 ‘백(百)을 바라본다는 의미’로 ‘망백(望百)’이라고 한다. 99세는 ‘백수(白壽)’라고 하는데, 이는 ‘백(百)’에서 ‘一’의 빼면 ‘白’이 된다는 데서 유래했다. 인간 수명의 한계라는 100세는 ‘상수(上壽)’라고 한다.
과거에는 사람이 60세를 넘기는 경우가 드물었다. 따라서 이때까지 사는 것은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도 경사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그 자손이 잔치를 베풀고 축하하는 관습이 생겼다. 이것이 환갑잔치다. 환갑을 맞이한 환갑잔치를 수연(壽宴), 베푸는 자리를 수연(壽筵)이라 말한다. 60까지 사는 것도 힘들었던 것처럼, 70까지 사는 것도 축복이다. 그래서 환갑처럼 칠순 잔치를 했다. 그러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환갑잔치’를 합의된 합성어로 등재했고, ‘칠순잔치’는 마련하지 않았다. 자의적 판단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환갑잔치’는 보편화된 의례고, ‘칠순잔치’는 선택적인 인간사였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최근 인류의 수명은 80을 넘어 90으로 가고 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꿈의 나이인 100세도 머지않았다. 특히 이제 육체의 나이는 의미를 잃고 있다. 환갑을 넘긴 사람도 젊은이의 몸을 자랑하고, 일흔을 넘긴 사람도 아직도 공부를 하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즉 사람은 열정을 잃고 호기심을 잃는 순간 늙는다. 나이를 뛰어넘는 삶만이 나이를 먹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