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음식점에서 현수막을 내걸었다. 새로운 메뉴를 준비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홍보였다. 그런데 현수막에 ‘육계장’이라는 표기가 보인다. 이는 ‘육개장’이 맞는 말이다.
‘육개장’은
쇠고기를 삶아서 알맞게 뜯어 넣고, 얼큰하게 갖은 양념을 하여 끓인 국으로 육개탕이라고도 한다.
- 육개장을 끓이다.
- 겨울 추위는 육개장 한 그릇으로 이겨낼 수 있다.
‘육개장’은 ‘육’과 ‘개장’이 합쳐진 단어다. ‘육’은 한자 ‘肉’이다. ‘개장’은 다시 ‘개[狗]’와 ‘장(醬)’으로 나뉜다. 여기서 먼저 ‘개장’의 의미를 찾아본다. ‘개장’은 ‘개장국’의 준말이다. ‘개장’은 ‘개고기를 끓인 국’을 뜻한다. ‘개장’에 ‘국’이 덧붙은 이유는 ‘개장’이 ‘탕’임을 분명하게 나타내기 위해서다. ‘개장’ 즉 ‘개장국’은 우리 민족이 즐겨 먹던 음식이다. 특히 옛날부터 삼복(三伏) 때 또는 병자의 보신을 위하여 먹었다. 이 습속은 지금까지 달라진 것이 없다. 이는 개고기를 손쉽게 구할 수 있었기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개장’의 ‘개’보다는 ‘장’ 즉 ‘탕’이라는 의미가 강조되어 ‘개장’이 ‘탕’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그 결과 ‘개장’에 ‘탕’이라는 일반적 의미가 붙었다. 요즘에 그저 ‘보신탕’을 ‘탕’이라고 불러도 의미가 통하듯이, 예전에는 ‘탕’하면 ‘개장’을 뜻하였다. ‘개장’이 ‘탕’이라는 보편적 의미를 띠게 되자, ‘개고기를 끓인 탕’을 뜻하기 위해 ‘보신탕’이나 ‘사철탕’ 등과 같은 또 다른 명칭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육개장’은 ‘개고기’가 아닌 ‘소고기’를 이용하여 끓인 ‘육탕’임을 보이기 위해 새롭게 나타난 단어다. 즉 ‘개장’이 ‘탕’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이를 근거로 ‘육탕’이라는 의미의 ‘육개장’이 만들어졌다.
‘육개장’을 ‘육게장’이나 ‘육계장’으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이는 발음이 헷갈려서 그러기도 하지만, 국어사전 등을 제대로 이용하지 않아서 생긴 결과다.
음식점 차림표에는 ‘김치찌게, 생태찌게, 된장찌개’를 잘못 표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찌게’는 ‘찌개’가 바른 표기다.
‘찌개’는
뚝배기나 작은 냄비에 국물을 바특하게 잡아 고기․채소․두부 따위를 넣고, 간장․된장․고추장․젓국 따위를 쳐서 갖은 양념을 하여 끓인 반찬이다.
- 찌개를 끓이다.
- 찌개 국물이 적다.
- 찌개에 밥을 비벼 먹다.
이러한 표기 혼란도 발음이 원인이다. ‘표준 발음법’에 따르면 ‘ㅔ’와 ‘ㅐ’는 발음을 구별하게 되어 있다. ‘ㅔ’는 입을 적게 벌리고 혀를 낮추지 않는다. 이에 비해 ‘ㅐ’는 ‘ㅔ’보다 입을 많이 벌리고 혀를 더 낮추어 발음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둘의 발음을 구별하기 쉽지 않다. 결국 이런 발음상의 어려움이 표기법의 혼란을 가져왔다.
‘육개장’은 서민의 음식이다. 삶에 시달리고 겨울 추위에 마음까지 얼어버리는 서민은 뜨거운 ‘육개장’이 위안이 된다. 뚝배기에 담긴 ‘육개장’을 허름한 음식점에서 먹는 맛은 일품이다. 반찬도 김치 하나면 된다. 매운 맛에 땀을 뻘뻘 흘리며 먹다보면 고급 호텔 음식에서 느낄 수 없는 깊은 맛이 있다.
그런데 서민만 먹는 줄 알았던 ‘육개장’이 국가 원수 만찬장에도 등장했다. 보도에 의하면 12월 1일 이명박 대통령이 방한 중인 라슬로 쇼욤 헝가리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 만찬에서 ‘육개장’을 함께 했다고 한다. 이러고 보면 ‘육개장’은 서민의 음식이라고 단정 짓기 곤란하다. 이제 우리 고유의 음식이고, 전통적인 음식이라는 의미를 부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