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이면 학교장에 대한 평가가 실시된다. 학교 경영 능력이 떨어지는 학교장은 앞으로 ‘중임’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최우수 평가를 받는 교장은 300만원의 포상금을 받고 해외연수를 가는 등 많은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확정안에 따르면, 서울시내 교장들은 정기적인 경영능력평가를 통해 S(3%), A(27%), B(40%), C(27%), D(3%) 등 5개 등급으로 분류된다. 평가항목은 학교경영성과(50점), 학력증진성과(20점), 학교장 활동성과(10점), 학부모 만족도(20점), 청렴도 및 자질(감점 요인) 등 5개로 장학활동 및 경영실적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시도는 학교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된다. 학교장의 학교 경영에 대한 ‘마인드’를 가다듬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학교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학교장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한 교사도 이러한 변화에 따라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학생은 학교 생활에 만족을 하고, 학부모는 학교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러면 학교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하게 되어 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이것이 교과부가 ‘교장경영평가제’를 추진하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교장경영평가제에 대하여 염려되는 점들이 많다. 우선 학교장은 좋은 평가 결과를 위해 많은 ‘일’을 하고자 할 것이다. 즉 많은 ‘실적’을 올리려고 할 것이다. 그래야 좋은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일’이나 그 결과에 의한 ‘실적’이 가져올, 학교 현장에 미칠 영향이다. 학교장은 실적을 올리기 위하여 많은 일을 추진하게 되면 교사는 당연히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가장 중요한 ‘수업의 질’ 개선을 위한 연구는 정작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교과부의 의도는 결국 ‘수업의 질’을 통한 ‘교육의 질’ 개선이다. 결코 많은 ‘일’을 하여 ‘실적’을 올리는 것만을 의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일이나 실적은 학생에게 좋은 것들도 있고 교육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것들이 너무도 많다. 실적(‘양적 개념의) 을 올리기 위한 것은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적은 ‘양’적으로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어야 한다. ‘몇 명’을 하고, 어떤 ‘상’을 타고, 하는 것들이다. 이것이 학생의 교육과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학교장 경영 평가의 ‘기준’과 ‘잣대’이다. 이러한 기준과 잣대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학교현장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다. 기준과 잣대가 ‘밖으로 드러나는 것들’로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교사를 그 일에 매달리게 하여 수업에 소홀히 하게 한다. 그리고 학생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교육에 매진할 수 없도록 한다.
학교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평가를 실시할 경우 오히려 지금보다 더 못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많다. 일단 학교장은 많은 일을 벌이려 할 것이다. 이것은 많은 행사를 치르고, 실적을 올리는 일이다. 그러면 교사는 지금보다 더 많이 바빠질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잡무가 늘어나고 수업에 소홀히 하게 된다. 교사의 본질인 ‘수업의 질’개선에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성취도평가결과는 진정으로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재미와 흥미, 자신감을 길러주는 데 큰 영향이 없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성취도평가 결과만을 가지고 평가할 경우, 학생들은 시험위주의(평가위주의) 학교 교육에 더 많은 싫증을 낼 것이다. 이것이 진정으로 바라는 학교 교육의 모습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학교경영성과는 학교에서 많은 일을 할수록 좋은 점수를 받는다. 그러면 그럴수록 교사는 그런 일을 하는데 매달려야 한다. 잡무는 공문처리가 문제가 아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행사를 포함하여) 처리하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이다. 학교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일이 많을수록 교사는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교원 평가의 방향이 제대로 되어야 그것이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결과는 누구도 상상하기 어렵다. 따라서 학교장 경영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양적 평가’의 방법이 아닌, ‘질적 평가’ 방법을 찾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수업의 질’개선을 통한 ‘교육의 질’ 개선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