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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새해 인사 어떻게 할까

새해의 첫날을 설이라 한다. 설은 설날이라고도 하는데 우리나라 4대 명절 중 하나다. 설은 묵은해를 떨쳐버리고 새로 맞이하는 한 해의 첫머리이다. 설은 ‘정초(正初), 세수(歲首), 세초(歲初), 연두(年頭), 원단(元旦), 연시(年始)’라고도 한다.

설에 대한 어원은 여럿이 있는데, 대체로 ‘설다’, ‘낯설다’ 등의 ‘설’이라는 어근에서 나온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즉, 묵은해에서 분리되어 새해로 통합되어가는 과정에서 아직은 낯선 단계이다. 설을 ‘삼가고 조심하는 날’이라는 의미로 ‘신일(愼日)’이라 하는 것도, 새해라는 시간 질서에 통합되기 위해서는 조심하고 삼가야 된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설을 ‘구정’이라고 하는데,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음력을 사용했고, 그에 따라 음력 1월1일이 설날이었다. 그러나 갑오개혁 때 양력으로 바꾸면서 양력설이 등장했다. 이때부터 ‘구정’이니 ‘신정’이니 하는 말이 생겼다. 정확한 어휘는 아니지만 그와 더불어 ‘음력설’과 ‘양력설’이라는 말도 함께 사용했다.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정신을 말살하려는 의도로 음력에 설을 못 쇠게 했다. 광복 이후에도 서양식 생활이 보편화되면서 ‘양력설’을 권장했다.

그러나 예부터 지켜오던 습관은 쉽게 들어가지 않았다. 민중은 여전히 ‘구정’이 명절이었다. 정부는 두 번 쇠는 명절은 이중과세라며 끊임없이 신정을 홍보했지만 허사였다. 할 수 없이 정부는 ‘민속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설을 부활시켰다. 정부가 국민 대다수가 쇠는 음력설을 인정한 것이다. 음력설을 인정하면서도 ‘민속의 날’이라는 엉뚱한 이름이 등장한 것은 오랫동안 정부가 강조해왔던 이중과세 금지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겠다는 체면 살리기 이름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1989년 1월24일 설은 ‘설날’이라는 이름을 온전하게 되찾았다. 다시 말해서 지금은 ‘구정’이니 ‘신정’이니 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음력 8월 15일이 ‘추석’이듯, 음력 1월1일이 우리 고유의 명절인 ‘설날’이다.

여느 명절처럼 설날 풍속도 많다. 설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설빔을 입고 조상께 차례를 지낸다. 그런 다음에 나이가 많은 어른부터 새해 인사인 세배를 한다. 웃어른께 세배를 할 때에는 아무 말 없이 절만 올린다. 절하겠다는 의도로 “절 받으세요, 앉으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느낌이 있다. 혹시 나이 차이가 얼마나지 않거나 해서 극구 사양할 때는 간곡히 권하는 뜻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절을 올리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인사하는데, 예법이 아니다. 세배 자체가 인사이니 정중히 인사를 하고, 어른께서 주시는 덕담을 들을 준비를 한다.

어른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면, 자신도 어른의 처지에 맞는 기원을 담아 인사를 드린다. 그런데 이때 “내내 건강하십시오”라고 하는데 바른 어법이 아니다. ‘건강하다’는 형용사로 명령형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는 “건강하시기를 빕니다”라고 하는 것이 바른 표현이다. “만수무강하십시오”도 같은 이유로 맞지 않는 말이다. “만수무강하시기 빕니다” 혹은 “오래 오래 사십시오”라고 하는 것이 좋다.

우리말에는 압존법이라는 존대법이 있다. 듣는 사람이 높은 분일 때는 그보다 낮은 분에게는 존댓말을 쓰지 않는다. 따라서 “할아버님, 숙부님이 세배 드리러 오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라는 말은 잘못이다. 이는 손자가 할아버지께 작은아버지께서 세배를 온다는 말씀을 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때는 말하는 사람에게는 숙부가 어른이어도 듣는 할아버지께는 아들이다. 따라서 높여서 말해서는 안 된다. “할아버님, 숙부가 세배 드리러 온다고 연락이 왔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바른 화법이다.

자기 부모에게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말하는 것도 지적하고 싶다. 우리의 전통적인 화법에서는 자기 부모에게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냥 “아버지, 어머니”라고 하면 된다. 텔레비전의 드라마 등에서도 자식이 자기 부모를 지칭하면서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하는데 어색할뿐더러, 언중에게 잘못된 언어 습관을 전파한다. 혼인을 해서 가정을 이루었을 때 며느리나 사위가 배우자의 부모를 부를 때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자기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는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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