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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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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위기일수록 희망 가져야

3월이다. 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학교에 나오는 아이들. 키는 얼마나 컸을 것이며 또 마음들은 얼마나 자라있을지? 원하든 원하지 않든지 간에 경쟁의 사슬에 옭매어 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방학은 말 뿐일 뿐, 아침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학원에 가랴, 혹은 개인과외 받으랴 마음 놓고 쉴 틈이 없었을 아이들이 짠하기도 하지만 두 달여 만에 만나게 되는 아이들의, 봄처럼 싱그럽고 풋풋한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설렌다.

방학동안 학교는 조용했고, 귀찮은 사건도 일어나지 않아 골치 아플 일도 없었다. 선생님들은 공부를 가르치지 않는 동안 차분히 스스로를 돌아다볼 시간이 있어 좋았고 부족한 전문성을 보충할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재충전의 시간을 더 가질 수 있으면 좋으련만 무한정 쉴 수만은 없는 법. 이제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가르침의 의욕을 불태워야 한다.

겨울을 인내한 강인한 생명력으로 수액을 빨아올려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나무들처럼 무지개빛 꿈을 펼쳐 나가는 아이들. 생각하면 하나하나 더 없이 고귀하고 소중한 존재인 그들이 지니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끄집어내 줌으로써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고 행복한 삶의 길로 인도하는 교육자의 역할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직업의 일차적 가치가 경제적 보상을 받는 것이라지만, 교직은 그것을 뛰어넘는 또 다른 가치와 의미를 갖는다고 할 때 교육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투철한 사명감일 터. 자신에게 부여된 가르치는 일의 중요성과 그 책임의 막중함을 스스로 깨닫고 혼신의 열정을 쏟아 붓는 사람에게 있어 보수의 많고 적음, 근무조건의 좋고 나쁨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자신의 일에 얼마나 의미를 부여하고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긍지와 보람을 느끼느냐가 중요할 뿐.

최근의 한 교육단체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교원의 절반 이상이 최근 1~2년간 교직 만족도가 떨어졌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학부모와 학생들에 대한 권위 상실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났다. 또 교직 생활 중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에 대해서는 교직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이라는 응답이 나타났다.

여기서 선생님들의 교직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이 떨어지면, 아이들 교육에 대한 헌신과 열정도 마찬가지로 떨어질 수밖에 없고, 교직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보람을 느낀다면 만족도는 높아질 것이라는 점에서 선생님들에 대한 사회적 존경풍토 조성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무조건 믿어 달라, 존경해 달라 할 수는 없는 법 아닌가. 인간관계에 있어 신뢰나 존경심이라고 하는 것은 지극히 상대적인 것임에 주목한다면,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보고 배우는 모범전형으로서의 교육자 스스로 존경받을만한 인격과 품성을 갖추어야 하는 것 아닐까.

교사들에 대한 사회적 비난여론도 마찬가지다. 교원능력개발평가가 제도적으로 법제화되기 이전까지는 교육활동의 잘잘못에 대해 평가받지 않아도 되고, 교육적 성과와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필요가 없었던 관계로 우리 스스로가 안일과 나태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도덕적 가기관리에 태만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최근 연일 보도되는 교육 비리와 그에 대한 사회적 비판여론 앞에서 스스로가 교육자임을 밝히기 부끄러운 현실이 되고 말았지만, 이를 우리 교육계가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 엄정한 자기성찰과 함께 근본적 시스템을 개혁해 나가야 한다.

교육계가 온통 비리집단인 것처럼 떠드는 작금의 언론보도에 휘둘려 그렇지 않아도 떨어진 사기가 절망과 탄식으로 이어질까 걱정되는 요즘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 할 것은, 이 땅의 교육자 99%의 선생님들이 허욕과 명리를 추구하기보다 가장 낮은 곳에서 오직 아이들만 생각하며 묵묵히 교단을 지키고 계시기에 오늘 이만큼의 교육발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위기일수록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 모름지기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이고 교육자는 그 꿈을 일구는 저마다의 작은 밀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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