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신학기 선물로 고민하는 분이 많다. 무엇인가 사주고 싶은데 특별한 것이 없다. 사실 옛날 가난할 때야 가방이 선물이 되고 옷가지가 선물이 됐다. 책 한권, 필기도구 하나도 기념품이 되었지만 지금은 컴퓨터에 휴대전화기까지 다 가지고 있어서 도대체 새로 사줄 것이 없다.
하지만 아직 사주지 못한 것이 있다. 국어사전이다. 국어사전은 컴퓨터보다 휴대전화보다 중요한 물건이다. 국어사전이야 말로 가져도 되고 안 가져도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자녀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다.
언어는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기 위한 도구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의 주된 기능도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와 같은 언어에 의해서 실현된다. 일을 할 때 도구를 쓸 줄 모르면 일이 서툴듯이, 공부할 때도 언어를 모르면 학습이 힘들어진다. 모든 교과의 도구가 되는 국어 어휘력이 향상되면 학력은 자연스럽게 향상된다.
어휘력을 높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책을 많이 읽는 방법도 그 중 하나다. 그런데 그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사전 활용이다. 사전 찾기는 개념의 정확한 이해를 돕고 깊이 있는 학습 과정으로 들게 한다. 국어사전 사용 습관은 공부를 잘하는 길로 가는 첫걸음이다.
상급 학년이 됐다고 무턱대고 교과 학습에 치중하는 것은 올바른 학습 방법이 아니다. 특히 국어 공부는 소홀히 하고 영어, 수학 공부에만 치중하는데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예를 들어 국가대표 축구 선수도 실전을 위한 훈련만 하지 않는다. 체력 단련을 위해 달리기 등의 기초 체력 쌓기부터 한다. 김연아 선수도 스케이팅과 기초 체력이 뒷받침 되었기에 우아한 기술이 탄생한 것이다. 국어사전 활용 공부는 축구 선수가 달리기를 하는 것이고, 김연아 선수가 스케이팅을 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국어 공부를 소홀히 하고 여타 교과만에 치중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꼴이 될 수 있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무턱대고 학습량을 늘이는 것보다 우선적으로 학습 방법에서 찾아야 한다. 공부를 하면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활용해서 정리하는 습관을 키운다. 이러한 습관이 켜켜로 쌓이면 어휘력이 풍부해진다. 이렇게 2년 정도만 한다면 어휘력이 놀랍게 상승한다.
또 하나, 고학년이 될수록 중요한 학습 방법이 자율학습 능력이다. 교육전문가는 자율학습을 자기주도적 학습능력(Self-directed Learning)이라고 하는데, 이는 선생님의 도움 없이 혼자 공부하는 것이다. 자기주도적 학습은 학습자 스스로가 학습의 주체가 되는 수준 높은 교육 형태이다. 지식·정보화 사회에 필요한 인재는 창의력과 사고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사전으로 스스로 궁금한 것을 찾아보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창의력과 사고력이 키워진다.
국어사전뿐만이 아니다. 영어 사전, 백과사전 등 각종 사전류는 자습 능력을 키워준다. 사전 활용은 혼자 공부할 수 있고, 능동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결국 사전을 활용해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키우면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된다. 사교육은 단기적인 효과를 보지만, 사전 활용을 통한 학습은 먼 미래에 기대 이상의 효과가 나타난다.
우리는 말로 생각을 표현한다. 말이 정확하지 않은 것은 관념과 생각이 부정확하다는 의미다. 일상의 편린도 마찬가지다. 언어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조리 있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우수하다는 것은 삶의 모든 면이 우수하다는 뜻이다. 학문의 심오하고 창의적인 세계도 언어를 통해서 일반화할 수 있다. 따라서 국어 능력이 없으면 결국 우리 문화와 정서에 대한 세련된 표현이 없다는 말이다.
참고로 사전은 전자사전보다 책으로 만들어진 사전이 좋다. 전자사전은 자판을 두드려 원하는 단어만을 확인하게 된다. 반면 책으로 만들어진 사전은 찾고 있는 단어뿐만 아니라 연관성이 있는 어휘를 폭넓게 보게 되어 학습의 양과 효과도 커진다. 전자사전은 게임이나 동영상 등으로 유혹을 하기 때문에 애초에 가지고 다니지 않는 것이 좋다.
흔히 실패한 사람과 성공한 사람의 차이는 단지 그들의 습관에 있다고 한다. 좋은 습관은 모든 성공의 열쇠다. 사전을 활용해서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어 습관의 노예가 되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실력이 향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