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점에서 돼지고기를 팔면서 암, 수를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수퇘지는 돼지 특유의 냄새가 나며 맛도 떨어진다. 즉, 암퇘지가 맛이 있다. 가격도 암퇘지가 조금 비싸다. 그런데 ‘암퇘지’를 ‘암돼지’라고 잘못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 또한 후대중에 GalT 유전자가 제어된 암돼지가 생산돼 육종학적 교배방법으로 인공 수정 했다.(아주경제, 2010년 2월 3일)
▲ 앞서 홈플러스 동광주점도 ‘웰빙 암돼지 한마리’ 행사를 통해 돼지고기 모든 부위를 100g당 980원에 판매했다.(헤럴드경제, 2010년 3월 27일)
▲ 성장한 암돼지는 한 번에 난자를 평균 17개 정도밖에 못 얻지만 미성숙 난자는 도축장에서 한꺼번에 수천 개를 얻을 수 있다.(세계일보, 2007년 1월 12일)
‘암’은 ‘ㅎ종성체언’이다. 즉, 15세기에 사용되던 중세국어 가운데 체언(명사, 수사, 대명사)에 조사가 결합될 때 ‘ㅎ’이 덧붙는데 이를 ‘ㅎ종성체언’이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하늘[天], 바다[海], 나라[國], 안[內]’ 따위가 있다. 예를 들어 ‘바다’란 명사에 조사 ‘이’가 붙는 경우 ‘바다이’가 되어야겠지만, ‘바다’는 ‘ㅎ종성체언’이었으므로 ‘바다히’라고 썼다.
현대어에는 이러한 규정이 없어졌지만, 일부 단어에는 이러한 언어 습관이 남아 있어 ‘안[內], 암/수[性], 머리[頭], 살[肉]’이 바로 그런 낱말이다. 이런 말은 단독으로 쓸 때는 본래의 형태로 쓰지만, 다른 체언과 합성을 하면, ‘안팎(안ㅎ+밖), 암탉(암ㅎ+닭), 수평아리(수ㅎ+병아리), 머리카락(머리ㅎ+가락), 살코기(살ㅎ+고기)’ 등으로 ‘ㅎ’이 살아난다.
‘암퇘지’라고 하는 것처럼 ‘암캉아지, 암캐, 암키와, 암탕나귀, 암평아리’라고 표기한다. ‘수’도 마찬가지다. ‘수캉아지, 수캐, 수키와, 수탉, 수탕나귀, 수평아리’라고 쓴다. 그러나 여기서도 ‘암고양이’, ‘수고양이’는 예외이다. 이는 ‘암캐’와 ‘수캐’는 예전부터 많이 쓰던 것이 굳어진 것이라고 보고 표준어로 정했다. 하지만 ‘암코양이’, ‘수코양이’는 많이 쓰인 예가 없어서 표준어로 정하지 않았다.
참고로 ‘표준어 규정 7항’을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는 ‘수-’로 통일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수꿩(‘장끼’도 표준어임.), 수나사, 수놈, 수사돈, 수소(‘황소’도 표준어임.), 수은행나무’라고 한다.
다만, ‘수캉아지, 암캉아지, 수캐, 암캐, 수컷, 암컷, 수키와, 암키와, 수탉, 암탉, 수퇘지, 암퇘지’ 등의 단어에서는 접두사 다음에서 나는 거센소리를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숫양, 숫염소, 숫쥐’는 접두사는 ‘숫-’을 붙이는 것을 표준어로 삼았다. 이러한 규정은 낱낱이 외울 수밖에 없다.
이 밖에 두말이 어울릴 적에 ‘ㅂ’소리가 덧나는 것도 있다.(이러한 단어들은 덧나는 소리대로 적는다는 한글맞춤법 제31항 규정이 있다) ‘댑싸리(대ㅂ싸리)/멥쌀(메ㅂ쌀)/볍씨(벼ㅂ씨)/입때(이ㅂ때)/입쌀(이ㅂ쌀)/접때(저ㅂ때)/좁쌀(조ㅂ쌀)/햅쌀(해ㅂ쌀)’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단어들은 뒤에 따라오는 단어들이 옛날에 합용병서자(合用竝書字-서로 다른 초성을 합쳐서 두 개, 세 개 나란히 쓰는 법)로 쓰이던 것으로 모두 ‘ㅂ’을 담고 있던 단어들이다. 따라서 혼자 쓰일 때는 ‘싸리/쌀/때’ 등으로 쓰지만, 앞에 다른 단어와 어울릴 때는, ‘댑싸리’ 등과 같이 ‘ㅂ’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렇게 두말이 어울릴 적에 ‘ㅂ’소리나 ‘ㅎ’소리가 덧나는 현상과 ‘냇가/잇몸’ 등의 ‘ㅅ’ 음운을 가지고, 우리말에도 접요사가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 하지만 현재 학교 문법에서는 이를 접사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