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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아이들과의 벽 ‘야자타임’ 한 방으로

새 학기. 각 부서에서 요구하는 자료 때문에 담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만 하다. 이에 모든 담임은 각 부서에서 요구한 제출일자를 지키기 위해 야근까지 감행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과중한 업무로 진작 이루어져야 할 아이들과의 상담이 늦어지고 있었다.

담임 경험이 많은 교사의 경우, 일정에 따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그나마 감지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담임 경험이 없는 교사의 경우, 모든 일이 익숙하지 않아 업무를 수행하는 데는 상당히 어려움이 많다.

담임을 하면서 느끼는 바이지만, 새로 맡게 될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담임인 내가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는지 등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다가가기 위해 선택한 것이 ‘야자타임’이다. 

과거 경험에 비추어보건대, ‘야자타임’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선생님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가끔 아이들의 지나친 언사로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화를 내서는 안 된다.

만에 하나 화를 낸다면 ‘야자타임’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야자타임 날짜와 시간을 미리 알려주어 아이들이 하고픈 말을 준비할 시간을 갖게 해주는 것도 좋을 듯싶다.

3월 마지막 야간자율학습 날. 사전에 예고한 대로 아이들과 ‘야자타임’을 가졌다. 자율학습이 끝나기 20분 전, ‘야자타임’ 시작이라는 구령과 함께 아이들과의 야자타임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시작이라는 구령이 떨어졌음에도 그 누구 하나 야자를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서로 눈치만 살피며 누군가가 먼저 야자를 던지기만 기다리는 듯했다. 막상 선생님께 야자를 하려니 겁이 나고 두려운 모양이었다. 아이들의 마음을 안심시키고 야자를 주문하였다. 

내 말이 끝난 뒤, 그제야 마음이 놓였는지 한 아이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내게 야자를 걸어왔다. 그 아이의 말 한마디에 아이들은 깔깔대며 웃기 시작하였다. 잠시 뒤, 아이들은 평소 하고픈 이야기를 내게 마구 퍼부었다. 아이들이 내게 그렇게 많은 불만을 가졌는지를 알게 된 것은 ‘야자타임’을 하고나서난 뒤였다.

지금까지 아이들은 그 많은 불평과 불만을 마음 속에 담아두고 생활해 왔던 것이었다. 간혹 귀에 거슬리는 말도 있었지만 그냥 애교로 넘어갔다. 오랜만에 아이들이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에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정해진 ‘야자타임’이 끝나가자 아이들은 못내 아쉬운 듯 시간을 조금 더 연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 조금은 아쉬웠지만 다음에 다시 또 할 것을 기약하고 아이들과의 야자타임을 끝냈다.

야자타임 동안, 아이들은 한 달 동안 지내면서 평소 담임인 내게 가지고 있던 불만과 하고픈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늘어놓았다. 그리고 나 자신도 몰랐던 단점을 하나둘씩 꼬집을  때는 나 자신을 다시금 뒤돌아보게 되었다. 아이들의 요구 사항을 교무 수첩에 적으면서 아이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였다.

아이들의 불만 중 가장 큰 것은 상담이었다. 사실 학기 초부터 약속했던 상담이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터였다. 고3이 된 아이들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대학과 학과 문제로 많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 밤, 몇 명의 아이들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아이들은 야자타임에서 자신의 지나친 언사에 대해 겁이 났는지 죄송하다는 내용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문득, 야자타임이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런 의도는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야자타임의 의미를 설명해 주고 안심으로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고3이 아이들과 헤쳐 나가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이들이 진정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이상, 아이들이 담임으로 생기는 스트레스만큼은 줄여줘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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