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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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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하락율’이 아니라 ‘하락률’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우려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연쇄적으로 충격에 휘말리고 있다. 유럽발 위기가 미국을 거쳐 아시아권까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도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있다. 

8일 KBS 9시 뉴스도 이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보도에 의하면 그리스 재정 위기의 벼랑에서 독일 의회가 압도적인 표차로 지원 법안을 가결했다고 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도 지원 절차를 마무리하는 등, 속속 그리스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뉴스다.

그런데 이 뉴스 중에 그래픽 화면에 ‘하락율’이라는 표기가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하락률’이 바른 표기이다. ‘-률’과 ‘-율’의 표기는 원칙만 알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우선 ‘률’과 ‘렬’은 단어의 첫머리에 올 때에는 두음 법칙에 따라 ‘율’과 ‘열’로 적고 단어의 첫머리 이외의 자리에서는 ‘률’과 ‘렬’로 적어야 한다. ‘율서(律書), 율법(律法), 율령(律令)’은 두음법칙을 따른 것이다. 그리고 두음에 오지 않을 때는 본음대로 ‘격률(格律), 법률(法律), 성률(聲律), 일률(一律), 황금률(黃金律)’이라고 표기한다. ‘하락률(下落率)’도 마찬가지다.



참고로 ‘한글 맞춤법’ 제11항 <다만>에서는 모음이나 ‘ㄴ’ 받침 뒤에 이어지는 ‘률, 렬’은 ‘율, 열’로 적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률(律)’, ‘렬(列)’의 발음 형태가 ‘[율]’, ‘[열]’이므로, 관용에 따라 ‘열’, ‘율’로 적도록 한 것이다. 이와 같은 양상을 보이는 한자에는 이 밖에 ‘렬(烈, 裂, 劣)’과 ‘률(率, 栗, 慄)’ 등이 있다.

그 예로 ‘나열(羅列), 치열(齒列), 비열(卑劣), 규율(規律), 비율(比率), 실패율(失敗率), 분열(分列), 선열(先烈), 진열(陳列), 선율(旋律), 전율(戰慄), 백분율(百分率)’이 있다.

이러한 표기는 ‘ㄴ’ 받침 다음에서는 ‘열’, ‘율’로 발음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자음 뒤의 ‘-렬, -률’은 본음대로 ‘결렬(決裂), 병렬(竝列), 법률(法律), 감률(甘栗), 가동률(稼動率), 성장률(成長率), 시청률(視聽率)’로 적는다.

지난 해 미국 발 금융 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이제 다시 유럽의 금융 위기가 전 세계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 위기가 그랬던 것처럼, 유럽 발 금융 위기는 일본과 미국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다. 이는 당연히 전 세계의 경제 위기를 가져올 것이다. 실제로 미국 다우지수가 폭락하고, 일본 닛케이지수,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동반 하락하고 있다. 이에 유럽의 재무장관들은 일요일에도 모여서, 시장의 불안감을 막을 대책을 논의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한 나라에서 시작된 문제가 세계 지역 전체로 전염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영향력이 큰 방송의 언어 사용도 우리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우리는 세계에서도 드물게 고유한 말과 글을 함께 가졌다고 자랑만 하는데 그것으로 만족할 일이 아니다. 우리 말과 글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그 말과 글을 정확하게 쓰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말과 글을 바르게 쓰려는 노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금융 위기가 오듯 우리말에도 위기가 올 수 있다.

산소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숨 쉬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산소의 중요성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밀폐된 공간에 오래 있으면 산소가 부족해져 머리가 아프고 마침내는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이렇듯 산소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연의 선물이다. 말과 글도 우리에게 산소와 같다. 말과 글이 오염되면 우리는 언어를 통해 생산하는 모든 문화를 잃어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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