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수원시 관내 중학교 교장들 모임이 영통 모 뷔페에서 있었다. 연수 겸 송별회를 겸하는 자리다. 김태영 수원교육장 특강을 듣고 영덕중 맹기호 교장의 사례발표를 들었다.
이후 회식 시간. 조원고로 발령난 권대성 교장이 색소폰 연주를 한다. 이어 청명중 전광용 교장, 동수원중 우근식 교장이 각자의 색소폰을 잡았다. 세 분의 연주 수준이 다 다르다. 권 교장은 음악 전공이 아닌데 자신감 넘치게 연주한다.
언제부터 색소폰 연주 바람이 불었을까? 지난 2월 퇴임한 조성준 교육장은 지난 해 몇 달 연습을 하고 학생들 자선음악회에 찬조 출연한 적도 있다. 음악 감각이 뛰어난 분이다.
시흥의 한 중학교 교장 정년퇴임식에 참석하였는데 그 학교 교감은 학원을 다녀가며 연습하고 방학 때에도 연습하여 가요 두 곡을 멋들어지게 연주한다. 그 교감 아랫입술을 보니 부르터 있다.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 가히 짐작이 간다. 즐거운 마음으로 연습을 했다고 알려준다.
우 교장은 음악 전공으로 색소폰뿐 아니라 오카리나 연주 등으로 각종 교직원 연수회에 출연하는 단골 강사이다. 그런데 전 교장의 연주 실력을 보고는 꼬리를 내린다. 친구인 전 교장 실력을 못 쫒아가겠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전 교장은 음악 전공인데 대중 앞에서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용인에 있는 모 초교 교사는 색소폰을 전문적으로 연주하여 일정 사례를 받고 축하 연주를 하러 다닌다고 한다. 색소폰 연주가 취미를 넘어 부업으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세 곡 정도 연주하고 10만원 정도 받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필자가 살고 있는 인근 저수지 공터에서 가끔 색소폰 연주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뿐아니다. 광교산 버스 종점 입구에서 노트북과 스피커를 연결, 컴퓨터 반주에 맞춰 색소폰을 연주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필자도 대학시절 음악을 좋아했다. 방송실에서 고전음악을 비롯해 경음악, 가요 등도 LP 음반을 통해 열심히 들었다. 그 중 에이스 캐논(Ace Cannon)의 색소폰 연주 '로라(Laura)'는 백미였다. 감미롭고 애잔하고 그 기교 넘치는 연주를 듣고 있으면 음악에 푹 빠져들곤 했다.
귀가하여 색소폰 연주 이야기를 하니 아내가 "당신도 음악적 감각이 있으니 취미로 배워보라"고 권유한다. 가격을 보니 몇 십만원에서 몇 백만원으로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아파트 생활을 하는 우리네들은 연습 장소가 마땅치 않다. 그래서 저수지 근처나 공원, 산에서 연습을 하나보다.
인터넷 검색창에 '로라'를 쳐보았다. 연주 동영상이 여러 개 떠 있다. 수준도 다 다르다. 연주는 못하지만 펑가는 내릴 수 있다. 에이스 캐논이나 폴 모리아 수준은 안 되지만 그에 근접한 수준의 연주는 네티즌의 높은 평점을 받았다.
음악 동호인이 늘어난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생활의 여유가 어느 정도 있다는 증거다. 예술을 가까이 한다는 것이 문화적인 삶의 척도다. 필자가 다뤄보았던 악기를 생각하니 하모니커, 기타, 리코오더, 오르겐, 피아노 정도이다. 그렇다면 나도 한 번 취미로 어떤 악기를 새롭게 다뤄볼 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