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도 중요하지만 듣기는 더 중요하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잘 듣는 사람이라고 한다. 또 이런 말도 있다. "정말 잘 듣는 사람이 말하기도 잘하는 사람이다." 경청을 잘 해야만 말도 잘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본다. 국회의 진행 모습을 속기사, 취재기자, 방청객 세 사람이 참관하였다. 참관 후 세 사람에게 "지금 국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죠?"라고 공통 질문을 하였다. 어떤 대답이 나올까? 누가 대답을 잘할까?
속기사는 직업상 발언 내용을 빠르게 받아 적기만 했지 발언내용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저는 적기만 했는데요?"다.속기사에게 무슨 내용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방청객은 듣기만 했다. 누가 무슨 내용을 발표하는지 주의 깊게 들었지만 미처 메모하지는 않았다.
기자는 누가 무슨 내용의 발언을 했는지, 발언의 요지는 무엇인지, 잘못된 내용을 없는지 꼼꼼이 체크하였다. 이 세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국회 참관 목적이 다를 수도 있다. 속기사는 내용과는 상관없이 발언내용을 적기만 하면 임무는 끝난다. 방청객을 방청하면서 분위기를 살피면 그만이다. 그러나 취재 보도를 하려는 기자는 건성으로 들을 수 없다.
필자는 요즘 토요휴업일을 이용하여 '중등 원탁토론 아카데미 전문과정'을 받고 있다. 총 60시간인데 12월 11일까지 이어지는 연수이다. 학교 토론문화를 활성화하고 민주적 의사결정을 익히는 과정이다. 교사들은 이 과정을 통해 교실 수업 개선을 위한 참여식 수업(원탁토론, 문답, 모둠활동, 프로젝트 등)을 도입, 적용하게 된다.
이 아카데미 원장인 강치원 교수(강원대)는 듣기의 달인이 되는 4가지 방법을 안내한다. 첫째, 상대방을 쳐다보면서 들어라. 둘째, 메모하면서 들어라. 셋째, 반응을 보이면서 들어라. 넷째, 생각하면서 들어라.
항묵별 세세한 내용은 추후에 배우겠지만 이 4가지는 필자의 교직 경험으로 볼 때 딱 들어맞는 지적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이 방법이 수업시간에 일상화 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이 방법은 우등생이 되는 비결이기도 하다.
수업시간에 시선이 교사에게 집중되지 않고 딴 곳에 있는 학생은 교사가 가르치는 핵심 내용을 놓치기 십상이다. 메모하지 않고 귀로만 듣는 것은 기억이 오래가지 못한다. 들은 내용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망각의 늪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맞장구를 치면서 들으면 자기 것이 된다. 더 나아가 상대방이 말하는 것에 의문을 갖거나 비판하면서 들으면 한층 수준높은 듣기가 된다.
강 교수는 한 마디 덧붙인다. "듣기의 달인은 듣기 편한 말 준 아니라 듣기 불편한 말까지 경청할 줄 안다. 마음의 문을 열고 그릇을 키워야 한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인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지만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본인이 말을 많이함으로써 국민을 설득하려한 사람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말하기도 중요하지만 듣기는 더 중요하다는 말, 의미심장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