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나아갈 길에는 네 가지가 있다고 한다. 자유주의, 자유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 사회주의가 바로 그것. 정말 그럴까? 주제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필자의 지적 능력으로는 전자에 있는 것 두 개는 몰라도 후자 두 개는 전혀 아니다. 그러나 대립의 개념이 형성되기 때문에 토론의 주제로서는 충분하다.
교원들을 대상으로한 원탁토론 아카데미 전문가 과정 연수(2010.9.25 / 송파문화원)에서 이 문제가 쟁점 토론으로서 진지하게 다루어졌다. 잘못된 정치와 이데올로기에 진저리를 치는 사람으로서 우선 개념 정립이 우선이다. 토론을 하려면 상대방이 주장하는 것에 대하여 제대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사회를 보는 강치원 교수(강원대)의 질문이 날카롭다. 개념 정의에서 구체적 질문 3개, 역사적 경험에서 4개, 오늘의 현실에서 3개의 구체적 질문을 토론자들에게 던진 것이다. 좋은 질문은 좋은 답변을 유도하고 토론의 핵심을 바로 짚으며 진지한 토론으로 향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오세철 전 연세대 교수는 미리 배포한 유인물 제목이 '자본주의의 총체적 위기에 맞서는 세계 프로레타리아와 공산주의자의 과제'다. 제목부터 섬찟하다. 아무리 자본주의가 위기라고는 하지만 그 대안이 공산주의라고? 이건 아니다.
오 교수는 개념 정의부터 확실히 한다. 사회주의는 불분명한 개념이므로 여기서 말하는 사회주의는 막스주의, 공산주의, 혁명적 사회주의, 혁명적 막스주의와 통한다고 한다. 자본주의와는 대립되는 개념이다. 공산주의란 무엇인가? 노동자가 자유롭고 해방이 되는 사회,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사회라고 정의한다.
그는 현재의 자본주의는 자본가 독재체제라고 일갈한다. 계급 독재체제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소련, 북한, 중국은 공산주의가 아니기 때문에 타도 대상이라고 말한다. 북한과 소련은 국가자본주의, 중국은 자본주의라고 말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이다.
그는 원고의 마무리 부분에서 자본주의는 끝나고 있다고 말한다. 체제적 몰락의 단계라고 주장한다. 화폐. 상품, 시장, 임금노동, 교환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를 넘어서서 자유로운 개인의 연합이 살아 숨쉬는 노동해방 사회 건설을 주창하고 있다.
쉬는 시간에 연수 동료가 하는 말을 무심코 들었다. "과거 같았으면 이런 분들 빨갱이로 지칭되어 한국에서 살아가기 어려웠지 않았을까?" 이런 사상에 물든 사람이 대학 강단에 서고 젊은이들의 머릿속을 휘젓고 있다니 세뇌 당하는 젊은이들의 미래가 어둡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런 사람들이 공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말 사상의 자유가 있고 언론출판의 자유가 있는 살기 좋은 복지국가다.
필자는 오 교수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대안으로서 공산주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공산주의는 어디까지나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허구인 것이다. 공산주의 이론은 현실에서 뿌리내릴 수 없는 이상에 불과하다. 다만 지금 여기에서는 교육과 연수의 광장이므로 자유주의,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의 대척점으로서 공산주의는 토론의 가치가 있다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