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3일 인터넷 뉴스가 관심을 끈다. 소설가 이외수가 타블로의 학력의혹을 제기한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운영자를 자신의 트위터에 언급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외수는 3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타진요 운영자는 저를 똥물에 튀겨 버리고 싶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군요”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실소를 금치 못할 지경”이라며 “똥물에 튀겨서 직접 먹을 거라면 그렇게 하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외수가 지난 3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타진요’를 운영하는 왓비컴즈의 비난 행적을 하나하나 반박하며 ‘운영자는 신상을 공개하고 결정적인 증거를 보여라’라고 말하면서 시작되었다. 왓비컴즈는 MBC에서 방송된 ‘타블로 스탠퍼드 가다’가 방송된 후에도 타블로의 학력위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이외수는 ‘MBC에서 스탠퍼드에 같이 가자고 할 때 거절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왓비컴즈가 갖고 있다고 밝힌 결정적 증거를 공개하라고 밝혔다.
결국 이렇게 말싸움이 오가자 왓비컴즈는 ‘타진요’ 카페를 통해 타블로를 옹호하는 소설가 이외수를 비롯해 가족들, 기자들, 다른 저명인사들에 대해 똥통에 처넣어서 튀겨버리고 싶다, 어쩌다가 대한민국이 이렇게 됐는지 통곡을 하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이 문제에 대해 10월 8일 경찰의 중간 수사발표가 있었다. 경찰은 스탠퍼드대에 영문학과 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타블로의 재학 관련 서류를 직접 요청한 것을 비롯해 다양한 경로로 타블로가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사의 내용 중에 ‘똥물에 튀겨서 직접 먹을 거’라는 표현에 대해 새겨볼 필요가 있다. 우선 ‘튀기다’라는 동사의 의미를 먼저 살펴본다.
‘튀기다’
1. 끓는 기름에 넣어서 부풀어 나게 하다.
- 기름에 튀긴 만두
- 상하기 쉬운 음식은 소금에 절이고 콩기름으로 튀겨 단단히 갈무리해 두었다.
- 우리는 한밤중에 일어나 철모에다 닭을 튀겨 먹곤 했다.
2. 마른 낟알 따위에 열을 가하여서 부풀어 나게 하다.
- 옥수수를 튀기다.
- 그들은 번갯불에 콩 튀겨 먹듯이 일을 끝마쳤다.
‘튀기다’는 음식을 요리할 때 쓰는 표현이다. 그런데 이 표현을 앞의 예시처럼 사람에게 쓰는 경우가 있다. 즉 감정이 격했을 때, ‘똥물에 튀길’이라며 욕설을 퍼붓는다. 다음 소설의 예문도 마찬가지다.
○ “염병을 앓다가 뒈질 놈아!” “똥물에 튀길 놈아!” 기어이 대통령이 특별담화를 발표했다(민병삼 장편소설, ‘전우치 부활하다’).
그러나 이 표현은 어법도 정확하지 않고, 욕설에 가깝다. 당연히 언론 매체에서는 보기 힘들다. 주로 독자 게시판에 많이 보인다. 이 말은 먼저 표현이 어색하다. ‘똥물’은 기름이 아니기 때문에 ‘튀기는’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우리 겨레의 정서로 볼 때, ‘똥물에 튀겨서 먹을 거’라는 야만적인 표현은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이 표현은 ‘튀기다’의 의미를 잘못 새기면서 쓰인 오류다. 여기서 ‘튀기다’는 기름에 요리하는 의미의 동사가 아니라, ‘튀다’의 사동사 ‘튀기다’이다. 이는 ‘그는 내 얼굴에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했다. 버스는 길가로 흙탕물을 튀기며 빠르게 달려갔다.’라고 쓴다. 그렇다면 ‘똥물에 튀길 놈’이 아니라, ‘똥물을 튀길 놈’이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똥물’은 그 자체가 오물의 범위에 드니 ‘똥물을 튀길 놈’ 즉 ‘똥물’을 뒤집어씌우는 것으로 충분히 모욕을 주는 꼴이다. 그런데 ‘튀기다’의 표현을 잘못 이해해 관용구가 잘못 쓰이고, 급기야 뒤에 ‘먹을’이라는 놀라운 표현까지 첨가하게 된 것이다.
화가 나도 점잖게 말해야 하겠지만, 못 참으면 ‘똥물을 튀길 놈’ 정도로 욕설을 할 수는 있다. 엉뚱하게 ‘똥물에 튀겨서 직접 먹을 거’라는 식인종 같은 어법은 마음도 상하고 체면까지 상하는 일이니 주의하도록 해야겠다.
참고로 새나 잡은 짐승을 물에 잠깐 넣었다가 꺼내는 일, 또는 그렇게 하여 털을 뽑는 일을 ‘튀하다’라고 한다. ‘닭을 튀하다.’라고 한다. 그래서 여기서 나온 관용구가 ‘똥물에 튀할 놈’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 말은 지지리 못나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을 속되게 이를 때 쓴다. 이를 근거로 ‘똥물에 튀겨서 직접 먹을 거’라는 관용구는 ‘똥물에 튀할 놈’이라는 관용구가 잘못 쓰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 역시 틀린 말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