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교시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내려오자 컴퓨터 화면에 보건선생님으로부터 쪽지가 눈에 띠었다. 쪽지내용은 우리 반 여학생 하나가 복통을 호소하며 보건실에 누워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병원에 데려가 진찰을 받아보라는 것이었다. 불길한 생각에 교과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보건실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양호실에 도착하자, 보건선생님의 간호를 받으며 침대위에 누워있는 한 여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반 ○○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 아이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아픈 배를 움켜쥐고 복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순간, 아침에 먹은 것이 체했을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 그랬니? 아침에 무엇을 먹었니?”
내 질문에 그 아이는 통증이 심한지 대답대신 흐느끼기만 했다. 잠깐이나마 그 아이를 안심시키고 난 뒤,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고 달려 온 부모님은 최근 집에서 있었던 몇 가지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아이가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부모님의 말을 듣고 난 뒤 무언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매년 수능을 앞두고 일부 아이들이 입시에 대한 중압감으로 병원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아마 이 아이도 그런 아이들 중 한명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보았다. 부모님의 부축을 받으며 보건실을 빠져나가는 그 아이를 바라보며 아무런 일이 없기만을 바랐다.
잠시 뒤, 그 아이의 부모로부터 전화가 왔다. 수능을 앞둔 일부 아이들에게 잘 나타나는 신경성 위염으로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전했다. 몸이 아파 며칠 남지 않은 수능시험을 못 볼까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보건 선생님은 수험생이 지켜야 할 사항 몇 가지를 인터넷에서 찾았다며 아이들에게 꼭 말해주라고 하였다.
■ 수면관리(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라) 자신의 생활리듬에 맞춰 평소 같이 잠을 자되, 5-6시간 이상 충분히 잠을 자야 낮에 공부할 때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지나치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수면습관을 지닌 수험생이라면 수능시험 당일 날에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 1주일 전부터 기상 시간을 수능 시간에 맞추는 연습을 하자. 긴장이나 스트레스로 밤잠을 설친다면 가벼운 운동으로 땀을 흘린 뒤 따뜻한 물로 목욕하면 숙면을 할 수 있다.
■ 식사관리(끼니를 거르지 마라) 집중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굶지 말고 규칙적인 식사가 중요하다. 특히 아침을 먹지 못하면 오전에 집중력이 떨어지기 쉽다. 더불어 원활한 두뇌기능과 신진대사를 위해 신선한 과일과 채소, 단백질 등을 섭취해야 한다. 특히 수험생은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고,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소화기능이 저하되기 쉽다. 가능한 소화되기 쉬운 음식으로 식단을 구성하고, 편안한 기분으로 충분히 천천히 식사하는 게 도움이 된다.
■ 스트레스관리(지나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라) 앞으로 남은 기간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짜고, 오늘에 충실하자. 먼 미래를 지나치게 생각하는 것은 불안하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고, 수능은 "내가 지금까지 배운 것을 정리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새로운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기가 바라는 것이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자기 암시를 시도하는 것도 시험에 대한 걱정을 떨쳐버릴 수 있는 방법이다.
■ 가족들이 주의할 점(자신감을 갖도록 하라) 적절한 긴장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수험생의 능력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지 말자. 먹을거리, 입을 거리, 잠자리 등에서도 되도록 큰 변화를 주지 말아야 한다. 특히 시험일이 다가올수록 수험생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초조해져서 지나친 간섭과 통제를 하기 쉬운데 이것을 피하자. 가장 중요한 것은 수험생의 힘든 점을 인정해주고, 성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로 여기도록 해야 한다. 이 시기를 잘 이겨나갈 수 있도록 이해하고 격려하는 노력이 바람직하다.
아무쪼록 이제 며칠 남지 않은 수능시험(11월 18일)에서 우리 아이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지금까지 배운 지식을 한껏 발휘하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