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능시험이 끝난 고3 아이들이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여 시내를 배회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심지어 일부 아이들은 진한 화장과 더불어 손톱에 매니큐어까지 하여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수능 시험이 끝나기 전까지 그나마 양호했던 교복까지 변형하여 입고 다니는 아이들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수능시험이 끝나면 마치 고등학교 학창 생활이 모두 끝난 것처럼 생각하는 아이들의 생활지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이들은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에 무질서한 행동을 일삼게 될 것이고 자칫 이것은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학생인권조례로 체벌이 금지된 상황에서 학생의 행동을 제재할 수 있는 뚜렷한 조치가 없는 것도 학생 생활지도에 걸림돌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3학년 기말고사 시험이 끝난 뒤, 몇 명의 아이들이 학생부로 불려 왔다. 학생부장 책상 앞에 서 있는 아이들 모두가 염색한 것으로 보아 두발 불량 때문에 온 것 같았다. 학생부 선생님의 훈화에도 아이들은 계속해서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딴전을 피웠다. 그리고 한 아이는 3학년인데 굳이 교칙을 준수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불만인 듯 입을 실룩거렸다.
교사들은 고3 아이들의 이와 같은 무질서한 행동이 1·2학년 후배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걱정이다. 졸업한 아이들의 말에 의하면, 그간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해 온 아이 중 일부가 이 기간에 탈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그리고 대학 진학상담 못지않게 인성지도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수능 이후, 고3 아이들에 대한 인성지도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학교 나름대로 수능 이후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나 프로그램 대부분이 아이들의 관심과 거리가 먼 이념교육과 강의 등으로 일관되어 과연 얼마나 큰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긴다. 겨울 방학 때까지는 아직 기일이 많이 남아 있다.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조기 방학을 시행하는 것도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 수능 성적 발표일(12월 8일)까지는 가채점 결과를 가지고 정시 모집에 따른 진학지도가 철저히 이뤄져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 일정은 학교의 일방적인 프로그램보다 그간 입시공부로 지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무엇이 적당한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프로그램(문화공연, 음악공연, 체험학습, 대학탐방 등)이 무엇인지를 물어 실천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예전보다 학생체벌이 많이 줄어든 것에 반해 교사의 말을 무시하고 대드는 학생 수는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최근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까지 일어나 교사와 학생이 법정 공방까지 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작금의 이런 모습에 일부 교사는 ‘이제 제자가 원수(怨讐) 되기는 시간문제’라며 개탄하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이런 아이들을 무조건 방치할 수만은 없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이런 아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교사의 마음 자세가 아닌가 싶다. 나아가 학부모와 사회단체에서도 수능 수험생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갖고 사랑을 베풀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쪼록 고3 수험생들이 수능 이후 남아도는 시간을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기회의 장(場)으로 만들게 되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