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입수능시험 후에 ‘난이도’가 관심거리였다. 그리고 채점을 앞두고 언론에서도 이와 관련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 비문학 제재(바탕글) 문제가 문학 제재(바탕글) 문제에 비해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비문학 문제가 득점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2010년 11월 19일).
○ 수능 실채점 성적이 12월 8일 발표된다. 지난해에 비해 비교적 난이도가 높았던 올해의 경우 정시모집에서 많은 수험생들의 하향지원이 예상된다(조선일보, 2010년 12월 1일).
○ 수능 성적 발표(12월 8일)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해에 비해 비교적 난이도가 높았던 올해의 경우 정시모집에서 많은 수험생들의 하향지원이 예상된다(서울경제, 2010년 12월 1일).
수험생들은 늘 좋은 점수를 받기 원하기 때문에 만족한 점수가 안 나오면 어렵게 출제되었다고 느낀다. 실제로 수능시험은 전국 단위의 수험생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보도를 하면서 자주 표현하는 것이 ‘난이도가 높다’ 혹은 ‘난이도가 낮다’라고 한다. 전자는 어려웠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후자는 쉬었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이 말은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사전을 보면
‘난이도’
어려움과 쉬움의 정도.
- 난이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교육하다.
- 시험 문제의 난이도를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
사전의 풀이에서 보듯, 난이도(難易度)는 ‘어려울 난(難)+쉬울 이(易)’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단어다. 다시 말해서 난도(難度)와 이도(易度)를 결합한 대립관계의 병렬합성어다. 그렇다면 ‘난이도가 높다’는 말은 ‘난도가 높다’와 ‘이도가 높다’를 동시에 나타내기에 모순을 안고 있는 단어다.
난이도는
○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작년 수능의 난이도 조절의 실패로 특히 재수생이 증가한 올해는 약 70만명의 수험생들이 수능에 응시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한국경제, 2010년 11월 26일).
○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역별 난이도 조절을 두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수능출제위원회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능출제위원회는 과학 탐구·수리 영역의 난이도 조절에 신경을 가장 많이 썼다고 밝혔다(파이낸셜뉴스, 2010년 11월 18일).
○ 연 2회 시행과 난이도에 따라 A, B형을 선택할 수 있게 한 수능 개정안은 지금처럼 난이도 관리에 실패할 경우 극심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세계일보, 2010년 8월 19일).
예문처럼 ‘난이도는 조절’하거나 ‘난이도에 따라’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혹 의심이 가면 시험이 ‘어려운 정도’와 ‘쉬운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난이도’를 ‘높다’와 ‘낮다’로 구분하려는 속성은 최근 우리의 사고가 흑백논리로흐르고 있다는 증거다. 즉 다양한 사고보다는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르고’, ‘낮고 높고’, ‘작고 크고’ 등 분석하고 평가하려고 경향이 단어로 나타난 것이다.
‘난이도가 높다’는 말은 ‘시험이 어렵다’는 것인지 ‘시험이 쉽다’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된다. ‘어렵고 쉬운 정도차가 심하다’라 해야 할 말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려운 정도가 높다’는 뜻으로 쓰고 있다. ‘난이도가 높다’라는 표현보다는 ‘매우 어렵다/조금 어렵다/어렵다’나 ‘매우 쉽다/조금 쉽다/쉽다’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의미도 구체적이고 어법도 자연스럽다.
그리고 ‘난이도’는 일본어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따지면 국어에서 버려야 할 말이 너무 많다. 현재 국어사전에 등재해 쓰고 있는 상황에서 바르게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