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은 신묘년은 토끼해다. 토끼는 묘(卯)인데 음력으로는 2월, 시간으로는 오전 5시부터 7시 사이를 가리킨다. 음력 2월은 얼었던 땅이 풀리고 농사가 시작되는 달이다. 묘시는 농부들이 잠자리를 털고 논밭으로 나가는 시간이니 토끼는 부지런함과 풍요를 상징한다.
토끼는 이상향에 사는 동물로 여겼다. 달은 이상향의 세계인데 그곳에 사는 동물이 토끼였다. 달에서 계수나무와 함께 방아를 찧는 토끼는 순결함과 평화로움 때문에 옛 사람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전통 민속화에서 해는 곧잘 발이 셋 달린 까마귀로 표현되고, 달은 토끼로 표현된다. 토끼는 달 없이 못 산다. 그래서 암토끼는 수컷이 없어도 달과 교합하여 새끼를 낳는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토끼는 우리 민족에게 친근한 동물이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구토지설(龜兎之設)을 기원으로 탄생한 판소리계 소설 ‘토끼전’은 많이 읽는다. 이 소설은 토끼가 위기에서 꾀를 내어 사는 내용으로 살아가는데 교훈을 준다. 토끼는 우리가 오랫동안 불러온 동요 ‘반달’에도 나온다. 지금도 토끼는 깨끗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인해 공예품에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2011년 신묘년을 맞이하여 많은 사람들이 토끼가 뛰는 것처럼 목표를 향해 깡충깡충 뛰라고 덕담을 건네고 있다. 언론 매체에도 이와 관련 기사가 뜨고 있다.
○ 씨스타, 2011 신묘년 새해인사 “토끼처럼 깡총 오르세요!” 씨스타는 “토끼처럼 깡총 뛰어오르세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라는 글을 전했다(서울신문NTN, 2011년 1월 1일). ○ 한효주는 “2011년 신묘년, 토끼의 해라 저에겐 더 뜻깊은 한해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깡총깡총 열심히 뛰는 한 해 되겠습니다”고 포부를 밝혔다(스포츠칸, 2011년 1월 2일). ○ 배우로 종횡무진 활약 중인 윤은혜는 자신의 트위터에 “신묘년 맞이 특별 서비스. 토끼 은혜를 만들어봤어요”라며 “올 한해 깡총깡총 열심히 뛰어야지 백 만 스물하나 백 만 스물 둘”이라는 글과 함께 새해 인사를 했다(동아일보, 2011년 1월 10일).
여기에 ‘깡총깡총’ 표기는 모두 잘못이다. 짧은 다리를 모으고 자꾸 힘 있게 솟구쳐 뛰는 모양은 ‘깡충깡충’이라고 한다. 이는 ‘강중강중’보다 세고 거센 느낌을 준다. ‘깡충깡충’을 헷갈리는 이유는 모음조화 때문이다. 모음조화는 앞 음절의 모음과 뒤 음절의 모음이 같은 종류끼리 만나는 음운현상이다.
현대국어의 모음조화는 부사 중에서 의성어나 의태어, 그리고 몇몇 형용사에 나타난다. ‘소곤소곤, 촐랑촐랑, 파랗다, 노랗다’와 ‘수군수군, 출렁출렁, 퍼렇다, 누렇다’가 모음조화에 예다. 여기서 앞의 것은 양성모음(陽性母音), 뒤의 것은 음성모음(陰性母音)끼리 어울렸다. 그러나 모음조화가 지켜지지 않는 예도 있다. 그것이 ‘깡충깡충’이다.
‘발가숭이’, ‘보퉁이’, ‘아서, 아서라(하지 말라고 금지하는 말.)’, ‘오뚝이’, ‘뻗정다리’도 마찬가지다. 1988년 고시된 ‘표준어 규정’에서 양성 모음이 음성 모음으로 바뀌어 굳어진 단어는 음성 모음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고 규정(관련 규정: 표준어 규정 제2장 제2절 제8항)하고 있다. 국어는 모음조화가 있는 것이 특징지만, 후대로 오면서 많이 무너졌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에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표준어 규정 제8항 표준어 규정도 지금까지 모음조화에 얽매여 이 변화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을 현실 발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참고로 물가가 단번에 뛰는 것을 표현할 때는 ‘껑충’이라고 한다. ‘껑충’은
1. 긴 다리를 모으고 힘 있게 높이 솟구쳐 뛰는 모양. ‘겅중’보다 세고 거센 느낌을 준다. - 도랑을 껑충 건너뛰다. - 그는 도움닫기를 한 후 껑충 뛰었다. 2. 어떠한 단계나 순서를 단번에 많이 건너뛰는 모양. - 물가가 껑충 뛰어오르다. - 순위가 껑충 뛰다.
‘껑충’은 ‘껑충거리다’라는 동사로도 쓴다. ‘운동장에는 남자애들이 껑충거리며 뛰놀고 있었다’가 그 예다. 이는 ‘겅중거리다’보다 세고 거센 느낌을 준다. 비슷한 말로 ‘껑충대다’가 있는데, 이도 긴 다리를 모으고 힘 있게 자꾸 솟구쳐 뛴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