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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한자와 우리말의 관계

국어의 어휘는 크게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로 분류된다. 이 중에 고유어는 한국어의 기층을 형성하는 고유의 어휘다. 사용 빈도가 높은 일상어가 대부분 고유어에 속한다. 한자어는 중국어에서 유래된 어휘군으로 대략 한사군 시절을 전후하여 유입되었던 것으로 추측한다. 한자어는 중국과의 역사적 관계가 지속 되어 우리 어휘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외래어는 근대 이후 주로 서양에서 받아들인 어휘다. 이는 국어에 가장 늦게 형성되었지만, 최근 국제 관계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외국어도 국어의 일부이기 때문에 국어사전에 실린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국어 어휘 중에 한자어 비중이 높다. 자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한자어 비중이 70%까지 차지하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따라서 국어를 잘한다는 것은 한자어에 대한 이해가 따라야 한다는 의미와 통한다.

이 한자가 우리를 곤혹스럽게 하는 경우가 있다. 서울대는 2010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 제시문에 한자어 표기가 틀리면서 논란을 불렀다. 당시 정시모집 논술고사의 제시문 출처를 ‘유형원의 반계수록(磻溪隧錄)’이라고 인용했다. 실학자 ‘유형원의 반계수록(磻溪隨錄)’을 잘못 표기했다. 따를 수(隨)자가 쓰여야 하지만 길 수(隧)자로 오기했다. 인용한 부분은 노비제를 폐지하자는 유형원의 생각을 밝힌 내용인데, 인문계열 정시모집에 응시한 1050명이 오류가 있는 문제지를 받아든 셈이다.

당시 서울대는 한자어가 잘못 표기된 것에 대해 “한글과 함께 제시문이 주어졌기 때문에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 입학시험 문제에 한자 오타는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았다.

이런 실수는 한자의 특징 때문이다. 한자는 글자 하나하나가 독립된 의미를 지닌 뜻글자다. 그러므로 음소(音素)를 나누어 표시하는 표음(表音)문자와는 달리 표의(表意)문자로서 한 글자마다 특정한 말뜻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한자를 모르는 사람은 정확한 한글 표현에 한자어를 병기할 때 엉뚱한 한자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대로 한자를 한글로 표기할 때도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곤란한 문제다. 3월 6일 인테넷 매체 ‘다음’에 오른 뉴스 제목을 보았다. 그 제목과 뉴스 일부를 소개하면,

○ “페지 내놔” 할머니들 싸움…차도 떼밀려 중상, 서울 양천경찰서는 폐지를 빼앗으려고 실랑이를 벌이다 상대방을 밀어 넘어뜨린 혐의(폭행)로 A(83.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연합뉴스, 2011년 3월 6일).

기사 내용에 따르면 폐지를 주워 생계를 잇는 사람들이 서로 다투다가 의도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고다. 그런데 이 기사 제목에 ‘폐지(廢紙)’를 ‘페지’로 표기하는 실수를 했다. 다행히 본문에서는 ‘폐지’라고 바르게 표기했지만, 포털사이트에 주요 기사 제목에 오타는 걱정스럽다. 특히 일반 사람이 이런 실수를 간혹하는 상황에서는 오타로만 보기에는 의심이 가기도 한다.



명절에는 먹을거리를 많이 준비한다. 특히 조상께 제(祭)를 올리기 위해 다양한 음식을 만든다. 그 중에 ‘동태포’를 이용한 전을 만드는 것은 우리나라 음식의 대표적인 조리법이다. 지난 설 명절에도 시장에서 ‘제수용 동태포’를 파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재수용 동태로’라고 써 붙이고 장사를 하는 것이 보였다. ‘제수(祭需)’라는 한자어를 몰라서 이런 실수가 있었나보다.

이는 한자 어휘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최근 한글세대가 다수를 차지하고 국민의 한자 지식이 얕아졌기 때문이다. 한자어에 대한 이해가 없었으니 어떻게 표기해야 하는지 몰랐고, 들리는 대로 적어서 생긴 결과다.

한자는 비록 우리 글자는 아니지만 우리 조상이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문자처럼 써 내려왔다. 우리는 한글 창제를 통해 언어생활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고, 수천 년 표기수단이었던 모든 한자에 대해 1대 1의 대응적인 발음도 정착시켰다. 이 모두가 우리 선조가 이룩한 업적이다. 무턱대고 한자를 쓰는 것도 잘못이지만, 한자의 어원도 모르고 잘못 표기한 한글은 오히려 더 큰 문제다. 이때는 올바른 국어사용을 위해 한자도 배워야 하는 문제다. 한자어의 올바른 표기는 한자 교육의 차원이 아니라 우리 언어생활의 뿌리를 제대로 지키기 위한 의무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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